황재만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사진=알리바바닷컴
황재만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사진=알리바바닷컴


"불닭볶음면을 사면서 라면 조리기도 함께 사는 해외 소비자들이 있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죠."


어엿한 중견기업들도 어려워하는 글로벌 진출을 이룬 판다코리아닷컴의 황재만 대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장품, 식품, 소형가전 등 누구나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보는 내수 성향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비결은 도전정신에 있었다.

황재만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 가능성을 확장해온 실전형 경영자다. 2017년 전문경영인으로 판다코리아닷컴에 합류한 그는 "중국 시장 일변도의 구조를 전면 개편하며 글로벌 수출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초기 사업은 한국 화장품을 중국의 타오바오, TMall 등에 입점시키는 B2B 대행이 중심이었다. 알리바바 뷰티 카테고리에서 60억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사태로 촉발된 한한령(한류 제한 기류)이 발목을 잡았다.

중국 시장에서 상실감이 컸지만 사업은 이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작은 희망마저 앗아갔다. 코로나19 당시 중국 정부는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는데 항구에 물건들만 쌓이고 전혀 유통되지 못하면서 결제 대금을 수금하지도 못했다. 수많은 물량은 제대로 값도 받지 못한 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황 대표는 이후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중국만 바라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K-뷰티에서 K-푸드와 소형가전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현재는 불닭볶음면 같은 식품과 라면 조리기, 주방용품 등이 주력이다. 인기 있는 제품은 의외로 라면 조리기다. 황 대표는 "한국에선 라면을 끓일 줄 모르냐며 신기해하지만 해외에선 큰 수요가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라면을 조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이를 자동화한 제품이 통한다는 설명이다.


알리바바 플랫폼 내에서 해당 제품은 유일하게 판매 중이다. 황 대표는 "경쟁자가 없다"며 "사람들이 '이게 팔리겠어?' 하고 안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접 생산은 하지 않지만 연간 물량을 보장하며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다. 일정 물량의 판매를 약속하고 계약을 체결하는데 실제로는 계약 기간보다 단축된 시일 내 완판시키는 경우가 많다.

판매 채널 운영은 단순하지 않다. 가입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키워드 설정, 고객 문의 대응, 가격 정책 등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영상 가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대부분 A/S는 영상으로 해결 가능하게 설계했다.

알리바바닷컴 통한 글로벌 진출… '공급 과잉'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야

 '알리바바닷컴 글로벌 스타 공식 강사'로 임명된 황재만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사진=알리바바닷컴
'알리바바닷컴 글로벌 스타 공식 강사'로 임명된 황재만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사진=알리바바닷컴


중소기업의 꿈 같은 해외 진출은 알리바바닷컴을 통한 디지털 무역이 주효했다. 황 대표는 "아마존 등 여러 채널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며 "알리바바를 전략적으로 운영하면 효율이 좋다"고 말했다.

판다코리아닷컴은 국내 시장의 공급 과잉 상황을 감안해 틈새 시장을 노렸다. 특히 알리바바닷컴에서 발굴한 상품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정공법으로 성과를 냈다.

현재까지 진출한 국가는 40여개국에 이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판다코리아닷컴은 '2025 알리바바닷컴 글로벌 스타 어워드'에서 한국 대표로 수상하며 주방가전·식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황 대표는 지식재산(IP) 기반 수출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는 "예를 들어 냉면 같은 경우 완제품으로 수출하면 까다롭고 비싸다"며 "현지에 기술자를 파견해 레시피를 전수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한 '글로벌 진출 컨설팅'도 시작했다. 황 대표는"경험이 있는 판다코리아닷컴이 조언을 해주는데 올해 50개 기업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컨설팅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은 '틈새시장' 여부다. 황 대표는 "아이템이 핵심이다. 알리바바 트렌드 분석, AI 기반 시장조사도 함께한다"며 "한국 중소기업이 살 길은 0.01% 틈새시장이고 이를 정밀 기획하면 누구나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도전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 한국 시장은 과잉인 만큼 반드시 세계로 나가야 한다"며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시장과 아이템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가 보여준 라면 조리기의 성공, 알리바바 안에서만 경쟁자가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은 모두 '낯선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의 산물이다. 완제품 대신 레시피 수출이라는 실험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