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수 회복 지연과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의 여파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 가운데 내수 기반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에도 우려가 번진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내수 회복 지연과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의 여파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 가운데 내수 기반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에도 우려가 번진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1분기 한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내수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에도 우려가 번진다. 커머스와 광고 등 소비 지출에 연동되는 사업 비중이 높은 이들 기업의 특성상 경기 침체가 실적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경제상황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이 2월 전망치(0.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0.1% 수준의 저성장 흐름에 그치며 연간 성장률 자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기술적 경기 침체(두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가계와 기업의 체감 경기는 이미 침체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실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플랫폼 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수 기반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커머스와 광고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전체 매출에서 이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연결 기준 영업수익 중 커머스 부문은 27.2%, 서치플랫폼(광고 등) 부문은 36.8%를 차지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4분기 약 절반가량이 플랫폼 부문 매출이었는데 이 가운데 카카오톡 기반 광고인 톡비즈가 54%, 포털 다음의 광고 수익이 포함된 포털비즈는 8%를 구성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로 특히 많은 기업들이 광고 집행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톡비즈나 서치광고 등 주요 광고 부문에서 성장률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등 실적 둔화가 체감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 부문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AI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 전략을 본격화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네이버는 지난 3월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탑재된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선보였고 카카오는 상반기 중 오픈AI와 협업해 대화형 AI 기반 쇼핑 도우미 'AI메이트 쇼핑'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내수 둔화 속에서 이들 신사업도 소비 위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를 활용한 쇼핑 추천 기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면 구매율 제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커머스와 광고 양대 부문이 흔들리면 AI 기술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주도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의 R&D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시설 투자에 지출한 금액은 총 1조862억원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의 시설투자 대비 약 0.3%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시티그룹에 따르면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은 자본 지출의 80%가량을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등 AI 인프라 강화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터센터는 AI 처리의 핵심 인프라이자 '디지털 시대의 두뇌'로 불린다. 처리 용량과 연산 속도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기술 진화 속도도 달라지는 만큼 자금력이 기술 격차로 직결되는 구조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국내 온라인 검색·커머스와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사업 등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외국계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디지털 광고와 콘텐츠 소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고주와 사용자 모두 글로벌 서비스로 이탈하는 속도가 빨라질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쇼핑, 비서 등 차세대 서비스 영역은 선제적 투자와 장기 전략이 핵심인데 내수 침체와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전환'과 '해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