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신임 회장이 불법 무등록 중개행위를 근절하고 직거래 사기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 회장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수년째 지속된 부동산 침체로 개업 공인중개사의 휴·폐업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종호 신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중개 질서를 바로잡고 협회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회장은 불법 무등록 중개행위를 근절하고 직거래 사기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종호 제14대 신임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협회는 당초 이날로 예정된 김 회장의 취임식을 취소하고 행사 예산 등 1억6000만원을 영남 산불 피해 성금으로 기탁했다. 협회는 취임식을 대신해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동산 중개업은 국민의 삶과 재산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전문직으로서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 소중한 가치"라며 "협회는 단지 공인중개사 권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 질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어렵고 힘든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사기와 직거래 피해로 국민적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며 "협회는 교육시스템을 혁신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과 제도 지원을 통해 안전한 거래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며 "협회는 부동산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중개업계의 시름도 깊어진 가운데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신임 회장은 협회 권한을 강화하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김 회장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협회 운영 기조 등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법정단체화' 재추진… "전세사기 대응·감시권한 확대"

김 회장은 부동산 중개시장의 현황을 진단하고 협회 운영 기조와 핵심 추진 과제를 설명했다.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위축되며 공인중개사 개업은 최근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아파트 연평균 매매 거래량은 부동산 침체 이전보다 약 58% 감소한 57만가구에 그쳤다. 협회 조사에서 지난달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924명으로 집계돼 3월 기준 100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1분기 누적 기준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2720명으로 3000명선이 처음 붕괴했다. 지난달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11만1613명)도 2023년 2월 이후 25개월 연속 감소했다.


김 회장은 공인중개사의 휴·폐업 원인으로 자격증 과잉 배출과 부동산 직거래 확산을 지목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서울의 경우 거래 위축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협회는 ▲국민 재산권 보호 ▲공인중개사 전문성 제고 ▲사회적 역할 강화를 운영 목표로 설정했다. 핵심 과제로는 직거래 피해 예방과 안심거래 캠페인 전개, 전세사기·불법중개 신고센터 상시 운영, 이상거래 시스템 고도화 사업 추진, 부동산가격지수(KARIS) 서비스 등 11개를 제시했다.

이날 김 회장은 단일협회 법정단체화의 추진 의지도 새롭게 밝혔다. 전세사기 등 각종 불법 행위로부터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협회가 최소한의 감시와 대응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법정단체화는 중개업계의 숙원사업"이라며 "전문자격사의 의무 가입을 통해 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사기 등 일부 중개사의 일탈 행위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중개서비스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