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을 끝으로 압승을 확정 지으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정견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을 끝으로 압승을 확정 지으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본선에 직행한 이 후보는 '중도층 공략'과 함께 '호남 민심 재결집'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반명(反明) 단일화 가능성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대선서 승기를 잡기 위해 중도층과 호남 민심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대의원·권리당원의 온라인·ARS 투표 결과 투표수35만729표 중 32만1044표를 얻어 91.54% 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는 김동연 후보(득표율 5.46%), 3위는 김경수 후보(득표율 3.01%)였다.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 재외국민, 국민선거인단을 모두 포함한 누적 득표율에서도 이 후보는 89.77%를 기록해 90%에 가까운 지지율로 대선에 직행하게 됐다.

전체 여론 지형에서도 이 후보는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결과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이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38%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조사 기준 역대 최고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군을 통틀어 두 자릿수 지지율을 넘어선 후보는 이 후보가 유일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한동훈(8%), 홍준표(7%), 한덕수(6%), 김문수(6%)가 뒤를 이었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를 기록했다.

스윙보트 '서울'서는 인천·경기 대비 약세… '반명(反明) 단일화' 변수도 부담

지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일인 지난 3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무죄 판결 소식에 기뻐하는 모습. /사진=뉴스1


본선 승리를 위한 이 후보의 핵심 과제로는 '중도 확장'이 꼽힌다. 이 후보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중도층 공략'을 대권 재수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민주당 내에서 "지난 대선에서 서울 한강 벨트와 충청 등 '중도 전선'에서 무너진 것이 결정적 패인"이란 진단이 나오면서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서울에서 약 31만표, 충청권에서 약 16만5000표 차이로 패했다.


이 후보는 일찌감치 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규정하고 이념보다 민생을 우선하는 '먹사니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등을 추진하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철회한 데 이어 주택 공급 중심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 논객들과 만나 보수 인사까지 포섭한 '탕평 내각'을 예고했다.

다만 중도 전선의 핵심 지역인 서울에서는 분발이 요구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지지율 44%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38%)을 상회했지만 서울에서는 33%에 그쳤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인천·경기 대비 서울 지지율이 11%p(포인트) 낮다.


이번 대선에서는 '단일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반명 빅텐트론'이 현실화할 경우 이 후보의 중도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는 물론 민주당을 탈당해 새미래민주당을 창당한 이낙연 고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반명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명 진영이 결집해 중도층을 흡수할 경우 이 후보의 본선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 민심 재결집'도 당면 과제… 호남서 압승했지만 투표율은 53.67%에 그쳐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 이 후보가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는 '호남'의 지지율 제고가 꼽힌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원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는 모습. /사진=뉴스1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호남 민심 재결집'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지난 26일 열린 호남권 경선에서 세 후보 모두 호남에 총출동해 투표 독려와 집중 유세에 나섰지만 최종 투표율이 53.67%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호남권 투표율(55.2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앞서 치러진 영남권(70.88%)은 물론 비교적 투표율이 낮은 충청권(57.87%)에도 못 미쳤다. 총투표율(60.47%)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권리당원 수가 늘어난 만큼 단순 투표율만으로 민심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박범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투표율은 지난 대선과 비슷하지만 당시 호남권 권리당원 수는 약 20만명, 이번 대선은 3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투표율 하락보다는 실제 투표에 참여한 권리당원 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호남 민심이 이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지만 이 후보에게만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다. 지난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광주·전남·전북 순회 당시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90%대에서 80%대로 떨어졌다. 지난 2일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 후보가 담양군수 선거 직후 호남 지역 의원들을 불러 모아 "90% 득표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호남권 투표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호남이 민주당 리더십의 향방을 좌우해 온 전략적 요충지여서다. 민주당의 '심장'을 자처해온 호남은 역대 주요 분기점마다 당의 진로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내 부상도, 2016년 총선 국민의당 돌풍으로 민주당에 경종을 울린 것도 모두 호남 민심의 선택이었다.

또 호남에는 전체(114만여명)의 약 32.4%인 37만여명의 권리당원이 포진해 있다. 조직력이 강한 호남향우회는 수도권 '당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최근 들어 수도권과 호남의 정치적 연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수도권 유권자의 약 30%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남의 선택이 수도권 내 표심 형성에도 간접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호남 공략에 힘을 쏟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당일치기 일정만 소화해 온 이 후보는 광주·전북·전남에서 이례적으로 2박3일 동안 '숙박 유세'를 펼치며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26일 치러진 민주당 호남권 대선 경선 합동연설회에서는 자신을 "호남 정신을 계승할 적임자"로 내세우며 이날 연설에서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여섯차례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를 자극해 자신이 민주당 정통성을 잇는 인물임을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호남권 메가시티' 조성과 이를 통한 재생에너지 산업 메카 구축 공약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