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 진출자 발표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수요를 정조준한 고강도 규제안을 내놨다. 외국인이 수도권 내 과열지역에 고가 주택을 대출 없이 매입하며 집값을 밀어올리는 구조를 "비정상적 시장"으로 규정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한동훈 국민먼저캠프는 30일 발표한 조세·부동산 공약에서 외국인의 주택 취득부터 보유, 양도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취득 단계에 '투기세' 도입 ▲보유 단계에 별장 수준의 4% 재산세를 부과 ▲양도 단계에서는 1주택자라도 예외 없이 중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외국인의 주택 보유 수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번 공약은 공급 확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투기 수요를 직접 억제하는 수요 측 규제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기존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를 이룬다. 외국인의 자산 이동에 따른 내국인 실수요자의 접근성 저하, 조세 형평성 문제 등을 겨냥한 대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외국인 보유 주택은 9만1453채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보유한 주택은 5만328채로 전체의 55%에 달한다. 외국인 매입 물량은 서울 강남3구, 용산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 집중됐다.

상당수는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거주 이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2만3167채 중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곳이 7569채(32.7%)에 달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일시불로 매입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국내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


또한 외국인은 국내에서 대출 규제를 받지 않거나, 가족관계 확인이 어려워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현지에 1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매입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동안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선 외국인 신규 주택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차등 과세는 WTO 서비스무역협정(GATS)상 '시장접근' 또는 '내국민대우' 조항 위반 소지가 있어 실효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한·중, 한·미 FTA에 포함된 투자자 보호 조항(ISDS)에 따라 차별적 세제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정대우 원칙을 침해했다는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단순한 개인 투기 수요뿐 아니라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장기 거주를 계획하는 외국계 기업인과 외국인 투자자의 주거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주택 취득이 어렵거나 고율의 세금 부담이 예상될 경우 외국 기업이 한국을 투자처로 선택하는 데 있어 주재원 파견·이전 비용 등 부수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제자유구역청이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치기관에서는 해외 첨단기업의 입지조건 중 하나로 '주거환경'과 '주재원 정착지원'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꼽기 때문이다.

안상훈 한동훈 캠프 정책위원장은 외국인 투자 수요 위축 우려에 대해 "강남 등 주요 부동산 투기 과열지역에만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와는 별개의 논의로 봐야한다"며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