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아닌 행위가 중요"… '골프·백현동' 발언이 '유죄'된 배경
"표현의 자유" 한계 명확히 한 대법… 이재명 '행위에 대한 허위'는 처벌 가능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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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골프 발언'과 '국토부 압박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표현의 자유와 허위사실의 경계를 둘러싼 법리 기준도 새롭게 제시했다. 후보자의 정치적 발언이라 해도 구체적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일 경우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재판관 11명 중 9명이 다수의견으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의 표현이 단순한 의견이나 인식 진술이 아니라 구체적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져 다시 심리를 받게 되며 이 후보가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을 경우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 사이에서 공직선거법 적용 기준을 선명히 한 판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정치인의 발언이라 해도 특정 행위를 숨기거나 허위로 구성한 경우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도 새롭게 정리됐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후보자 표현의 의미는 법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이다. 대법원은 판결문(대법원 2025도4697)을 통해 "연결된 발언들을 인위적으로 분절하거나 발언 당시 상황과 유권자의 인식을 무시한 채 사후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표현이 과장인지 유권자의 판단을 오도할 정도의 사실 왜곡인지"를 구분하는 원칙이다. 이 후보의 경우 발언들이 정치적 의견을 가장한 구체적 사실 왜곡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유죄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골프 안 쳤다'는 말… 발언이 실제 행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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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2021년 12월 대선 후보로 활동하던 중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하며 "해외출장 중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측이 골프 회동 사진을 공개하자 "조작된 사진"이라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발언을 '기억에 관한 진술'로 해석했다. 김문기를 몰랐다는 기존 해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부연 설명이거나,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의 진위를 문제삼은 의견 표현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인 만큼 유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발언은 단순한 인식이나 사진 논쟁이 아닌, 피고인의 실제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명확한 허위사실"이라고 판시했다. 다수의견은 "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유권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재 주심 대법관을 포함한 다수의견은 "골프 발언은 당시 대장동 특혜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행위 자체를 숨기려 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발언이 다의적이라는 원심의 해석도 "선거인의 관점이 아닌 사후적 법원의 시각에 치우쳤다"며 일축했다.
백현동 발언도 "정책 의견 아니라 허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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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배경에 대해 "국토부가 혁신도시법 조항을 근거로 용도변경을 압박했고 직무유기로 협박까지 했다"고 발언했다.
2심은 이 발언 역시 "정책 추진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한 정치적 의견"으로 해석했다. 사실관계가 일부 과장됐더라도 공무수행의 맥락을 설명한 발언이며 단정적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발언을 명확히 허위로 판단했다. "국토부는 성남시에 백현동 용도변경을 요구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성남시가 먼저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국토부는 '해당 법률 조항과는 무관하며, 용도변경 여부는 성남시의 자율적 판단 사항'이라고 명확히 회신했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은 "이 후보의 발언은 단일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연속된 서사 구조로 이뤄졌으며 내용 전체가 '국토부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허위 내러티브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견 표현이 아닌 정치적으로 불리한 사실을 제3자 책임으로 전가한 허위의 구체적 진술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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