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단일화 요구 조건으로 내걸자 야권 통합 논의가 시작부터 주도권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은 대선후보 일정을 중단한 김 후보(왼쪽)와 자유선진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에 나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오른쪽). /사진=뉴시스, 머니투데이 DB


보수 대선 단일화 논의가 막판 고비를 맞고 있다. 당무 우선권을 내세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여론조사 단일화에 난색을 보이며 당 지도부와의 충돌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김 후보가 2002년 대선 당시 단일화 실패로 정권을 내줬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계에 따르면 김 후보는 후보의 당무우선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단일화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당 지도부 역시 이를 수용한 상태다. 당무 우선권은 대선 후보가 당 대표직을 맡지 않더라도 선거 전략과 조직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한으로 후보 중심 선거운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특히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계획한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에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지도부가 주도한 이번 조사는 양측 협의 없이 추진된 것으로 '대등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와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등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는 후보 간 합의로 문항·방법·기준을 사전에 설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정치적 협상 모델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보다 전체 유권자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5월 4~5일 실시한 조사에서 한 후보는 18%, 김 후보는 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한 후보가 59%, 김 후보가 29%로 나타나 한 후보가 두 배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정당 후보 우선'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실질적 협상에는 응하지 않고 있으며 결국 2002년 이 전 총재처럼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같은 해 3월30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대선 후보의 대표최고위원 겸직을 금지하되 대선 후보에게는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에 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당시 보수 지지층은 이 전 총재(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당시 국민통합21 대선 후보)으로 나뉘어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야권 단일화 요구가 거셌다.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이 전 총재, 노 전 대통령, 정 이사장 3자 구도였다.

이 전 총재는 '당무 우선권'을 바탕으로 단일화 논의 주도권을 쥐려 했다. 정 이사장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신을 단일화 기준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며 여론조사 기반의 대등한 단일화 방식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 전 총재는 독자 출마를 고수했고 대선에서 약 57만표(2.3%) 차이로 패배했다.


한편 김 후보와 한 후보 양측은 이날 오후 6시 회동이 예고된 상태다. 후보 등록 마감일(오는 11일)을 감안할 때 이번 회동이 단일화 여부를 가를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만남은 한 후보가 지난 5일 김 후보에게 세 차례에 걸쳐 직접 전화로 제안한 데 대한 김 후보 측의 응답으로 성사된 것으로 파악된다. 양측 간 신뢰 회복과 정치적 절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현 한 후보 캠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실패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김 후보가 평소 신념을 갖고 정치에 임해온 분인 만큼 단일화 논의도 책임 있게 마무리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모든 절차를 국민의힘과 당 후보에게 일임한 상태"라며 구체적 방법 등은 추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