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신규 주택사업 수주 계획을 대폭 철회하며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뉴시스


국내 시공능력 4위 건설업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속된 수익성 악화와 사고로 주택사업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한다.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하고 수년전부터 준비해온 기업공개(IPO) 작업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내부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주 대표는 ▲단기 실적 회복보다 장기 체질 개선 집중 ▲인명 피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현장 시스템 점검 ▲안전 시스템 재검토 등을 추진하고 주택·인프라사업 수주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초부터 연이어 현장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서울-세종 고속도로 안성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어 3월에는 경기 평택시 화양도시개발구역 내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다만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 사업의 진행 여부에 대해선 여러 방면으로 고심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한 대형 사업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위15구역 입찰 마감은 다음 달 23일 오후 2시다.

현대엔지니어링, 체질 개선 여부 관건

지난 2월 안성의 서울-세종 고속도로 현장 구조물 붕괴 사고 관련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건설의 출자와 지원으로 급성장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주택사업의 빠른 확대와 매출 성장,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1조2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자금 확보의 수단인 IPO 준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현재로선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계획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2021년 4월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했지만 공모가를 확정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회사 가치가 저평가돼 일정을 취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후부터 IPO 업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신용등급(ICR)을 'A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다. 정성훈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 4실장은 "계열 공사 물량을 바탕으로 사업 안정성을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국내 사업 환경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최근에 발생한 현장 사고의 조사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등 가능성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PO는 자금 조달을 넘어 대외 신뢰 확보의 수단"이라며 "현 상황은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수익성과 안전 관리체계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