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텍이 공모가 대비 200% 넘게 뛰었다. 사진은 한텍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한텍


지난 3월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한텍이 '트럼프 리스크'에 울고 웃었다. 지난해 상장 준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 여부가 불투명했고, 시장 변동성이 큰 탓에 보수적으로 공모가를 책정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 상황이다. 게다가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수혜 기대감으로 상장 이후 주가가 치솟았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텍은 공모가 1만800원 대비 211.57% 상승한 3만3650원에 마감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 주 중 공모가 대비 상승률 1위다. 공모가 대비 200% 오른 건 한텍이 유일하다. 한텍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2배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한텍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44.44% 오른 2만6400원에 마감, 이후 주가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주가 상승의 결정적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LNG 프로젝트 수혜 기대감 영향이다.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 가스전에서 시추한 천연가스를 파이프 라인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800마일(약 1300㎞) 운송한 뒤 매년 2000만톤씩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배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와 가스 증산을 통한 자국 에너지 산업 부흥을 정책 목표로 제시, 바이든 정부 당시 잠정 중단됐던 LNG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한텍은 트럼프 1기 당시 8000만달러(약 1122억원)에 달하는 미국 LNG 프로젝트에 수주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프로젝트가 재개돼 한텍은 지난달 북미 열교환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416만3799달러(약 338억998만원)로, 최근 매출액 1558억원 대비 22.75%에 달하는 금액이다. 계약 기간은 지난달 3일부터 2026년 7월20일이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 한텍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2기 역시 참여 중"이라며 "최근 주가 상승은 북미에 기반한 LNG 신규 수주 기대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정책 수혜주로 우상향이 기대된다"고 했다.

공모가, 기업 밸류 대비 낮게 책정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5월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핵베리 카메론 LNG(액체 천연가스) 수출 시설의 근로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공모가 대비 220% 넘게 오른 건 기업 밸류에이션 대비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 탓이다. 강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의 경우 한텍 공모가가 SNT에너지 등 피어 업체 대비 낮게 책정됐다"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평했다.


이에 한텍 관계자는 "상장 준비 당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트럼프 당선 여부도 미지수였기 때문에 더욱 기업 밸류에이션이 낮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오일·가스, 정유, 석유화학 플랜트 관련 프로젝트의 화공기기와 저장탱크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1973년 설립돼 2011년 후성그룹으로 편입됐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지난 3월24일 보고 기준 후성그룹이 771만9549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유비율은 69.41%다. 한텍 자회사로는 화공기계를 제작하는 비상장사 한스를 지분율 100%로 두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뚜렷하다. 한텍의 영업이익은 ▲2022년 84억원 ▲2023년 152억원 ▲지난해 158억원을 기록했다. 공모자금은 친환경 신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LNG 관련 기존 사업도 순항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암모니아 신사업 외형 확장에 힘쓰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탄소중립정책 확대에 따른 친환경 시장 진출을 통한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한텍은 지난 4월1일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다. 부사장이었던 김강식 대표가 새로운 수장에 선임됐으며 그동안 회사를 이끌던 박건종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사내 이사직은 2027년 3월25일까지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