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신공항 시공사로 참여했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 연장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갈등 끝에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사진은 가덕도 대항전망대 모습. /사진=뉴스1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가 첫 삽을 뜨기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총 10조5000억원을 투자한 국가사업에서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 연장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갈등 끝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건설업계는 무리한 공기 단축과 비용 규제로 시공사 입찰 무산이 반복됐던 점을 들어, 정부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대건설과 체결한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키로 했다. 현대건설이 국토부에 제출한 기본설계에 따르면 공기는 발주 당시 제시된 84개월(7년)에서 108개월(9년)로 늘어 국토부의 보완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현대건설이 제출한 기본설계안의 보완과 사유서 제출을 요청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개월 동안 250명 이상을 투입해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연약지반 안정화와 공정 순서 조정을 고려시 최소 108개월의 공기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가덕도 사업 원점 재검토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제공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 두 배 이상인 667만㎡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시설을 조성하는 공사로 사업비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공사는 공공 턴키(일괄 공급) 방식 사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가덕도 신공항은 전체 면적의 약 59%가 해상 매립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남산의 3배 크기인 산을 발파해 바다를 메우는 공정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2억3000만㎥의 토석을 확보하고 방파제와 활주로, 계류장, 유도로, 항행안전시설 등을 신설해야 한다. 활주로가 들어서는 바다 밑은 연약지반이어서 안정화 작업에 통상 수년이 소요된다.


이 같은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지난해에 4차례의 경쟁 입찰이 유찰됐다. 이후 현대건설이 단독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됐다. 만약 계약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재입찰에도 유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조건을 맞춰 참여할 수 있는 건설사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며 "현실을 무시한 일정 강행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도 "일정보다 중요한 건 설계의 유연성과 협의"라며 "사업이 지연될수록 공기 연장과 혈세 낭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의 입찰 조건을 임의 변경할 수 없으므로 현대건설이 다시 사업에 참여를 원해도 재입찰 절차는 거쳐야 한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한 현재 사업비와 공사 기간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며 "국토부가 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재입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사업 현장 여건과 기술 조건, 안전 기준을 고려해 새로운 기준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 사업 기간이 지연되더라도 공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 연구위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파도와 기상 상황, 지반 상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단기간 완수는 어려운 공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비 상승 등 경제적인 리스크가 커 조건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