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억원을 투자한 건설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의 사업자 선정에 대해 이의신청이 발생했지만 기각 결정됨에 따라 비선정 연구단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발주한 건설기술 연구·개발(R&D) 사업자 선정의 이의신청이 무산됐다.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은 이화여대 연구단은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연관 기사 [단독]200억 정부 '탈현장 건설 기술개발사업', 사업자 선정 논란에 '시끌'(2025년 4월15일 보도)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동주택의 고층·단지화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탈현장건설(Off-site construction·OSC) 고도화 기술개발사업'의 사업자 선정에 이의제기가 발생했지만 최종 기각됐다.

KAIA 이의신청심의위원회는 "이의신청 내용을 검토한 결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국토교통연구개발사업관리지침' 제20조제2항에 따라 수용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 결과를 지난 8일 확정했다.


위원회는 사업자 비선정 연구단이 이의제기한 ▲전문기관의 행정 오류 ▲제안요청서(RFP) 부합성 및 차별성 평가 ▲불공정경쟁 행위 사항에 대해 불수용한다는 결정문을 통보했다.

해당 연구단이 주장한 내용 만으로는 명백한 행정 오류의 사유를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게 KAIA의 판단이다. KAIA는 연구개발과제 평가단에서 제안요청서의 부합성과 차별성을 검토한 결과 평가위원 9명 전원이 '부합함', '차별됨'을 판정했다고 밝혔다.


결정문에 따르면 KAIA는 "중간보고서가 비공개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없고 가점 인정 여부는 연구개발과제 평가단에서 종합 검토해 결정했다"며 "평가단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제27조 등에 따라 적법하게 구성됐고 청렴시민감사관의 참여 등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적시했다.
정부의 200억원대 건설기술 연구·개발(R&D) 사업 심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관련 이의신청의 기각 결정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 /사진=뉴스1


잇단 R&D 이의신청 KAIA "불수용"

KAIA는 올 초 'PC(Precast Concrete) 공동주택의 고성능·고층화·표준화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사업비 200억원)를 발주하고 지난달 사업자를 선정했다. 한양대ERICA 연구단과 이화여대 OSC연구단이 경쟁해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이화여대 측이 심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화여대 연구단은 경쟁 연구단의 제안이 기존 실증사업과 중복돼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공개 중간보고서의 유출 등 행정 오류 문제와 심사위원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하며 평가 결과 '무효'를 촉구했다. 그러나 재평가가 무효화되면서 해당 사업은 한양대 연구단의 계획대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화여대 연구단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대한건설정책연구원·대한건축학회·한국토지주택공사(LH)·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이의신청이 최종 기각됨에 따라 이화여대 연구원은 감사원 감사 청구를 검토 중이다.

KAIA 관계자는 "당사자에 불수용 결정을 통보했고 감사 청구 등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KAIA 건축주거실(전 도시건축사업실)이 발주한 과제의 재평가를 요구한 이의신청이 다수 접수됐고 모두 기각됨에 따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KAIA에는 OSC 고도화 기술개발사업 외에 ▲제로에너지빌딩 ▲스마트건설자동화 ▲방재건설 등 3개 연구과제의 사업자 선정 이의신청이 접수돼있다. KAIA는 일괄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KAIA 관계자는 "올해 신규 선정된 연구과제들의 이의 접수 건으로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건축주거 관련 신규 발주가 적어서 이의 신청이 많았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KAIA 과제를 둘러싼 반복된 이의신청 사태를 두고 국가 R&D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부서가 연 20개 안팎의 과제를 발주하는데 통상 이의신청은 몇 년에 한두 건 정도였다"며 "심사 과정에 불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