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가 인하 행정명령에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수혜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약가 인하 행정명령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공보험에만 적용된다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는 수혜가, 오리지널 신약 수출 기업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제약사들이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1기 시절부터 미국 환자들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약가를 부담하고 있다며 제약사의 가격 정책을 비판해 왔다.

이번 명령은 향후 30일 내에 제약사들이 정부가 설정한 가격 목표에 대한 자발적 인하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6개월 내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규칙 제정과 같은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압박한다.


이를 통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중간 유통 구조 개선과 고가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미국인들에게 최혜국 가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셀트리온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발빠르게 입장을 내놨다. 셀트리온은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에서 정부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공보험 시장 영역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에서 30% 내외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공보험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이미 치열한 가격 경쟁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방향과 부합하고 있어 이번 약가 인하는 높은 가격이 형성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주요 타깃으로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PBM 등 중간 유통 구조 개선은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정부와 직접 약가를 협상할 수 있어 정부와 제조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기반의 고수익 제약사들이 중간 유통 구조와 구축한 유통 지배력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경쟁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있어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SK바이오팜 "상황 예의주시"

파트너사를 통해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약가 인하 관련해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아직 30일간의 기간이 남아 있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공개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행정명령이라고 해도 실제 실행까지는 여러 절차와 논의가 필요한 만큼 향후 방향에 맞춰 신중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가 인하는 트럼프 1기 때도 추진됐지만 쉽지 않았던 사안인 만큼 이번에도 실제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이 강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를 우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채택을 통해 의료비를 크게 절감한 사례가 있는 만큼 미국 정부 역시 비용 효율화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의 경우 마진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며 약가 인하의 주요 대상은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