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여학생을 살해한 17세 이모군이 구치소에서 고인이 된 피해자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5일 오후 8시30분쯤 경남 사천시 사천읍 한 도로에서 10대 소년이 또래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독자 제공)


지난해 크리스마스 경남 사천에서 16세 여학생을 살해한 17세 이모군이 구치소에서 고인이 된 피해자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천 크리스마스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군은 구치소에서 편지를 썼다. 편지는 '내가 너에게 하려던 말'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이군은 편지에 "네 목소리라면 고막이 터지고 달팽이관이 찢어져도 좋았어" "너의 머리 끈을 손목에 감는다면 나에겐 그 어떤 명품 시계보다 가치가 있을 거야" "누군가 내게 완벽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내가 하려던 모든 말을 네가 해주고 있었어" "넌 나의 60조 개 세포의 이상형이야. 너와의 미래를 끝없이 그려봤어" 등의 문구를 적었다.


이를 본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군은 피해자를 예수님처럼, 종교적인 대상처럼 떠받들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가해자는 자신에 대한 건 극도로 평가 절하해놓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군은 편지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이군은 "너는 미치도록 완벽한데, 완벽함에 비하면 나는 최악이라서"라고 토로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군이 신체이형장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장애로 인해 유발된 관계 망상적인 사고 등으로 인해서 범죄에 이르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이군은 편지에 "너 죽고 나서 12월28일 네가 꿈에 나왔다. '날 왜 죽였냐'는 내용이 아니라 꿈속의 너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날 보더니 반가워하고 네 옆에 앉은 나를 안아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면서 "그날 그때 너와 마주 보며 웃었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언젠가 다시, 너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날이 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군이 상대를 죽은 거에 대한 죄책감이 정말로 있을까"라고 의심했고, 이 전문의도 "이군은 '내가 죽였지만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거기 때문에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고 있구나'라고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군은 지난 1일 1심에서 소년법이 현재 정하고 있는 가장 무거운 형량인 2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다만 이군은 지난 8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