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씨는 삼성SDI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6·3 조기대선으로 당선될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많다. 사진은 지난 21일 점심시간을 맞아 회사 근처 카페를 찾은 최씨. /사진=유찬우 기자


"지금 한국은 어느 곳이든 다 분열돼 있습니다.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21일 만난 최현석씨(가명·32)는 삼성SDI에서 배터리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씨의 하루는 오전 6시 경기 수원에 있는 자취방에서 시작한다. 기상 후 간단한 세면을 마친 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집 앞으로 회사 셔틀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도착하면 오전 7시50분. 업무 시작인 오전 8시가 되기 10분 전 긴 하루를 버티기 위한 짧은 티타임을 갖는다.

최씨는 "아무래도 제조업 분야이다 보니 24시간 가동되는 다른 사업장 생산 라인이 있다"며 "업무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하는 건 해당 라인에서 밤새 일어난 이슈 및 프로젝트 경과 등을 확인해서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리를 마칠 때쯤이면 다른 부서 직원들도 출근하기 시작한다"며 "이들이 출근한 뒤에는 공정, 설계 등을 담당하는 타 부서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 앞선 라인에서 일어난 이슈 공유와 업무 배정, 대응 방안등 구체적인 계획을 짠다"고 설명했다.

해당 과정을 거친 뒤 퇴근 전까지 현장에서 문제가 됐던 일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했는지를 보고하고 연구결과를 공유한다. 오후 근무 전 구내식당에서 '달콤한' 1시간의 점심시간은 필수코스다.


점심을 마친 뒤에는 직접 사업장에 있는 생산라인을 찾아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아직 양산되지 않은 제품을 테스트 하거나 간이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진은 이날 자신의 회사 동료와 업무에 대해 회의를 하는 최씨. /사진=유찬우 기자


배터리 연구원으로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전했다.

최씨는 "이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 등은 국가전략산업에 속한다"면서도 "국가의 정치·외교적 이슈에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선거철일 때는 여러 정치인이 지원정책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피부로 잘 와닿진 않는다"며 "대부분 법인세 등 세제혜택이 많은데 사실상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제 친구가 반도체 업계에서 근무하는데 며칠 전 대화를 나눠보니 시설확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더라"며 "예를 들어 클러스터를 만들 때 송전탑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 결국 정쟁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중요한 사업들이 엎어지기 십상"이라며 "국가전략산업은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존속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쟁으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이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을 앞선 것에 대해 씁쓸함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당체제 하에 의사결정이 정말 빠르다"며 "지원정책 또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으로 많고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은 정치권에서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다보니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최씨의 견해다. 그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적으로 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가의 존속이 걱정될 만큼 대내외적으로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육성해야 할 산업은 지원을 늘리고 미래 먹거리를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으로 더 직접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씨가 몸담은 배터리 산업 현장은 현재 잦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국에 밀린 한국 배터리… "우리끼리 다툴 때 아니다"

촤씨는 윤석열 정권의 '세일즈 외교'에는 후한 점수를 줬지만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성급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R&D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곧 미래기술 연구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출현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어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원 최씨가 바라는 차기 대통령은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봉합하는 수장이다.

그는 "더 이상 분열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우리 사회는 성별, 계층, 지역, 학력, 연령대, 직업 등 어떤 분야에서든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부서가 서로 협업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사례가 많다"며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시간에 서로 헐뜯 분열하는 모습은 한국을 병들게 하는 원흉"이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정치인과 한 국가의 대통령은 엄연히 다르다"며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해 허점 많은 정책을 남발하고 이러한 갈등을 악용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이고 정확한 근거를 기반 삼아 첨단기술의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지도력이 필요한 때"라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진영의 의견이더라도 국가 발전에 필요한 정책은 과감하게 활용하는 그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