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2022년 5월2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과 성인 2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아이들이 창문에서 탈출한 뒤 안전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2022년 5월2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당시 18세 라틴계 미국인 소년 살바도르 라모스로 그는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총을 쏘고 롭 초등학교에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라모스는 교실에서 1시간 동안 교사와 학생들을 살해한 후 미국 국경 수비대 요원에 사살됐다. 해당 총기 난사 사건으로 21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숨졌고 가해자 라모스 포함 22명이 사망했다.

외할머니와의 말다툼으로 촉발된 분노, 다니던 학교에서 폭발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총격범 라모스 얼굴과사건 당일인 2022년 5월24일(현지시각) 라모스가 롭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로이터/사진=유튜브 JTBC News 채널 캡처


사건 당일 라모스는 고등학교 졸업을 못 한 것과 관련해 외할머니와 말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총을 쐈다. 외손자에게 총을 맞은 할머니는 경찰에 신고한 후 이웃집으로 가서 구조 요청을 했다. 다행히 그녀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을 건졌다.


라모스는 외할머니 트럭을 운전해 초등학교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집에서 챙겨나온 배낭과 소총 한 자루를 들고 학교 뒷문으로 들어갔다. 라모스가 학교 안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에 있었어야 할 학교 전담 경찰도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라모스는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있는 교실 두 곳으로 향했다. 그의 총에는 수백 발의 총알이 장전된 상태였다. 왼쪽에 있는 교실 두 곳은 111호, 112호 교실로 당시 4학년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두 선생님은 건물에 총격범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한 선생님이 교실 문으로 향하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라모스는 선생님을 교실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은 뒤 "잘자"라고 말하며 총을 쏴 살해했다. 이후 슬픈 음악 틀고 "너희들은 다 죽을거야" "죽을 시간이야"라고 학생들에게 말한 후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무차별 총기 난사가 벌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911에 구조 요청 전화를 했지만 라모스는 교실 문을 잠근 뒤 바리케이드를 쳤으며 이날 19명의 학생들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교사 에바 미렐레스, 이르마 가르시아 역시 아이들과 함께 희생됐다.

합법으로 총기를 구매한 18세 소년과 SNS 범행예고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총격범 라모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이미지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총기 2정 이미지. /사진=로이터/사진=유튜브 JTBC News 채널 캡처


라모스는 외할머니에게 총을 쏜 뒤 초등학교에 난입하기 전 SNS를 통해 알게 된 독일 15세 소녀에게 범행을 예고했다.


앞서 라모스는 초등학교 총기 난사 30분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할머니를 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할머니를 쐈다"고 적었다. 2차 범행 15분 전에는 "초등학교를 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도 추가로 보냈다. 이 메시지는 비공개 일대일 메시지로 라모스의 범행 이후 발견됐다.

라모스는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로 인해 가정환경이 늘 불우했고 어렸을 때부터 말을 더듬는 등 언어 장애로 인해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라모스가 17세때 총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뒤 내성적인 모습에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생일인 5월16일이 지나 총기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18세 나이가 되자 자신이 점찍어 뒀던 반자동 소총 2정과 5.56구경 총알 375발을 구입했다. 또 그는 인스타그램에 두 소총이 나란히 놓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과 라모스는 총기 난사 당시 100여발을 쐈고 범행에 앞서 총알 1657발과 탄창 58개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당국 대응 논란과 지역사회 회복 노력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2022년 5월28일 롭 초등학교 추모식에서 한 소녀가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도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텍사스 공공안전국장인 스티븐 맥크로 국장은 사건 발생 3일 뒤인 5월27일 기자회견에서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지휘관이 총기난사가 아닌 인질극으로 전환된 것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며 "최대한 빨리 경찰이 진입했어야 했다. 바로 교실에 들어가 범인을 제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이에 세간은 경찰 실책이 피해를 더 키웠다며 텍사스 경찰당국을 비판했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부상당한 학생들은 유밸디 소재 '성 심장 가톨릭학교'로 전학을 갔으며 롭 초등학교는 사건 이후 폐쇄됐다. 다만 사고가 난 지역에는 올해 가을 개교를 목표로 '레거시 초등학교'가 새롭게 건설 중이며 현재까지 1800만달러의 기부금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