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 금융감독원 중소금융 부원장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 경과와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1년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규모 부실이 금융당국의 구조조정대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까지 부실 PF 사업장 절반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한 고금리 상황과 건설경기 침체로 인수자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국내 전 금융업권의 부실 PF(유의·부실 우려) 금액 23조9000억원 중 12조6000억원(52.7%)이 정리 또는 재구조화된다. 지난 3월 기준 9조1000억원(38.1%)이 구조조정을 완료했고 오는 6월 말까지 3조5000억원이 추가로 정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잔여 부실은 11조3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업권별로 ▲은행 1000억원 ▲보험 5000억원 ▲저축은행 9000억원 ▲여신전문금융업 1조3000억원 ▲증권 1조9000억원으로 각각 2조원 미만으로 남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부동산 PF 규모는 202조3000억원이다. 빠르게 성장하던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2022년 부실화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부실 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에 돌입했다. 이날 금감원은 부동산 PF 시장의 충격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고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총 10만4000가구의 주택공급 촉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지방 리스크·공사비 부담"

부동산 업계는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에도 지방 사업장 등의 부실 PF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공사비·분양가 상승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며 신규 매수가 발생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상반기 정리 목표 금액도 당초 16조2000억원으로 실제로는 12조6000억원에 그쳤다.

한구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목표로 세운 16조원대에서 3조원 가량 못미친 이유는 재구조화에 따른 법적 절차 시간이 길어졌고 현재 정리 중"이라며 "6월까지 계획한 3조5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F 부실 사업장의 매각이 지연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PF 정보 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384개 사업장 중 177개 사업장이 매각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침체 시기에 통상 경·공매 시장에서 저가 인수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이 대거 증장하지만 공사비 상승과 매수 후 미분양 리스크가 여전해 투자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하반기 이후 수주와 인·허가 실적이 감소하면서 건설투자 위축이 이어졌다"며 "공사비 부담과 지역 양극화로 주택 착공이 지연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상승 불안과 부동산PF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있다"며 "정치 변수까지 겹칠 경우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