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러 13년' 삼성바이오에피스, K신약 개발 '속도'
오는 10월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 출범... 에피스 100% 편입
ADC 등 고난도 신약개발 본격화… M&A·벤처 투자 향방 주목
곽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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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창사 13년 만에 본격적인 'K신약' 개발에 나선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 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 회사로 거듭난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는 순수 지주회사로,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를 맡아 온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된다. 오는 10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 중심의 자회사들을 산하에 두고 각 사업의 전문성과 전략 집중도를 높일 방침이다. 지주사 편입이 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독립 법인으로 거듭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주력 분야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더욱 확장해 향후 20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유럽 시장에 출시하고 신약 개발에도 힘쓸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이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구축해왔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엔브렐 시밀러), 혈액암 치료제 플릭사비(레미케이드 시밀러) 등을 통해 유럽 11개국, 미국 10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하며 바이오시밀러 강자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하고 지난해 매출 1조5377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뤘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룹 차원에서는 시밀러 중심 사업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이오시밀러는 신약보다 개발 기간과 비용 면에서 유리하지만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구조상 생존을 위해 공급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어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는 구조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고난도 신약으로 시밀러 한계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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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유전자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고난도 신약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2023년 국내 바이오벤처 인투셀과의 ADC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일부 신약 파이프라인은 이미 전임상 단계에 돌입했다. 올해 일부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중심에는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57)이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 사장은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 CEO(최고경영자)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치며 개발 전반을 주도해 온 기술통이다. 취임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 중심으로 연구조직을 재편하고 외부 파트너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이 오는 10월 출범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대표이사직을 겸임하게 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략적 투자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사업 확장을 위해 향후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전날 온라인 설명회에서 "기술 개발해야 할 영역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홀딩스는 M&A(인수합병), 벤처 투자 등을 통해 신사업 진출 노력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향후 5년 내 독자 상장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규모 R&D(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진출 확대를 고려할 경우 자본시장 진입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향후 상장에 나설 경우 대규모 투자 자본 유입이 예상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53.2%)과 삼성전자(38.6%)의 지원도 미래 성장 전략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번 분할을 통해 차세대 바이오 기술 분야의 사업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주사 체제 하에서 바이오 사업의 혁신과 지속가능 경영 실천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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