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학교 교사가 생전에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나왔다. 사진은 제주 소재 중학교에서 숨진 40대 교사가 학생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와(왼쪽) 민원에 시달린 통화기록. /사진=뉴시스(유족 제공)


제주 소재 중학교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가 심야 시간에도 학생 가족의 민원 전화에 시달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는 교사 A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A씨는 전날 오전 제주 한 중학교 교내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무실에는 유서가 놓여 있었고 유서에는 학생 B군으로 인해 힘들어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올해부터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러던 중 B군이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결석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진학에 책임이 있는 A씨는 이를 묵인할 수 없었다. A씨는 여러 차례 '학교는 나와야 한다'며 B군을 설득했다. 또 B군의 무단결석을 '병가'로 처리하기 위해 진료서 등 증빙서류를 가져올 것을 요구하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무단결석에 따른 제적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B군은 '깜빡했다', '내일 가져오겠다'며 미뤘고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A씨는 B군의 흡연 사실까지 알게 돼 이를 제지하는 생활지도를 했다. 이후 A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B군 누나의 전화가 걸려 왔다. B군의 누나는 '아이가 A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 'B군에게 폭언했느냐'며 민원을 제기했다.

A씨 유족은 B군 누나가 일탈 행위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시작된 민원 전화는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하루에만 12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A씨 휴대전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넘어까지 밤낮없는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B군 측은 이외에도 A씨를 상대로 제주도교육청, 제주시교육지원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은 "카톡 내용 어디를 봐도 강압적인 부분이 없었다. 아프다고 하면 병원 갔다가 학교 와라, 못 갈 것 같다고 하면 내일은 꼭 나와라 등의 내용뿐이었다"며 "민원인 측에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교사는 최근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을 진심으로 가르치고 지도한 것밖에 없다. 혼자 속앓이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초등생 자녀를 두고 떠난 A교사의 마음을 헤아려 그의 명예가 제대로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억울함을 전했다.


현재 제주동부경찰서는 A교사가 숨진 배경을 두고 협박 등이 있었는지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