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의리의 스트라이커 무고사(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인천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파검의 피니셔' 무고사가 K리그에 없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무고사는 팀과 함께 K리그2 무대로 내려와 의리를 지켰고, 더 날카로워진 결정력으로 파죽지세를 이끌고 있다.


무고사는 2024년 K리그1 득점왕(15골)이었다. 1부리그 득점왕이 그 다음 시즌 K리그2에서 활약하는 경우도 없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팀에 계속 남아 역대급 득점레이스로 인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인천이 25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2025 하나은행 K리그2' 13라운드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맞대결 당시 2위였던 추격자 전남을 제압한 인천은 8연승에 성공, 11승1무1패(승점 34)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2위 서울이랜드FC(승점 27)와는 7점차가 됐고 인천을 잘 쫓아가던 전남은 7승4무2패(승점 25·19득점)가 돼 4위로 밀렸다.

고비로 여겨진 경기의 주인공은 무고사였다. 무고사는 전후반 찾아온 페널티킥 기회를 실수 없이 득점으로 연결해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멀티골로 무고사는 인천 소속 선수 최초로 '통산 100호골'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으니 겹경사였다.


시즌 11호와 12호를 동시에 작성한 무고사는 K리그2 득점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7골을 기록 중인 일류첸코(수원), 후이즈(성남) 등 2위 그룹과의 격차가 5골이다. 13경기에서 12골. 경기당 1골의 놀라운 페이스인데, 이런 흐름이라면 사상 최초의 '1부 득점왕 후 2부 득점왕'이라는 새 이정표도 가능해보인다. 무고사와 같은 사례가 K리그 역사엔 아직 없다.

대구FC 소속으로 K리그2 득점왕에 올랐고 수원삼성으로 이적해 K리그1 득점왕도 차지했던 조나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부리그 최고 킬러'라는 전리품을 앞세워 1부 무대로 승격, 존재감을 과시한 경우는 종종 나왔다. 2014년 대구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를 밟은 조나탄이 대표적이다.


잘 생긴 외모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조나탄은, 첫해 14골을 터뜨리더니 2015년 26골로 K리그2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2에서 검증을 마친 조나탄은 2016년 여름 이적시장에 K리그1 명가 수원으로 이적했고, 2017년 22골로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2부 최고 킬러가 1부리그까지 평정한 셈이다.

'괴물' 말컹도 있다. 2017년 경남FC에 입단한 말컹은 2m에 육박하는 큰 신장(196cm)과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K리그2 득점왕(22골)에 등극하며 팀을 1부로 승격시켰다. 말컹을 향한 국내외 클럽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는데, 경남의 끈질긴 구애로 잔류를 택했다.

말컹의 괴력 앞에 1부리그 수비수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말컹은 K리그2 시절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26골5도움)를 작성하면서 곧바로 K리그1 최다 득점자가 됐고, '괴물'을 앞세운 경남FC는 당시 최강 전북현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려한 기술을 자랑했던 아드리아노도 비슷한 케이스다. 2014년 대전하나에 입단해 27골로 K리그2 득점왕에 등극한 아드리아노는 빅클럽 FC서울에 입단해 2015시즌(15골)과 2016시즌 연거푸 K리그1 득점 2위를 차지했다. 비록 K리그1 득점왕까지 찍진 못했으나 임팩트는 강렬했던 선수다.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파검의 피니셔' 무고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처럼 2부리그 득점왕들이 1부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는 경우는 있었으나 1부리그 득점왕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2부로 내려와 맹위를 떨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 인천 구단의 상황이 무고사에게만 거액을 안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 팬들이 '파검의 피니셔'를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K리그1 득점왕이 강등된 팀을 떠나지 않고 잔류해 K리그2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1983년 출범한 K리그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쌓이고 있는데, 앞선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무고사 스토리'도 꽤 의미 있는 페이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