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는 잊어라…끈끈하고 포기를 모르는 롯데 [프로야구인사이트]
팀 타율 '0.289' 압도적 1위…리그 평균과 3푼4리 차
LG·한화와 3강 형성…8년 만에 PS 진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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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국내 프로야구에서 통용되는 '봄데'라는 용어가 있다. 맞다. 시즌 개막과 함께 봄 한 철 반짝 잘했다가 금세 시들해져버리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별칭이다.
그런 롯데가 8년 만에 '가을 야구'를 향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봄이 지나면 속절없이 무너졌던 '봄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롯데의 최대 강점인 화끈한 방망이가 연일 불을 뿜으면서 지고 있는 경기도 뒤집어버리는 승리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롯데는 26일 현재 30승 3무 21패로 LG 트윈스(33승 1무 18패), 한화 이글스(31승 21패)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1일 4위에서 공동 2위로 도약한 뒤 한 번도 3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1년 전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롯데는 지난해 같은 54경기를 치렀을 때 21승 2무 31패에 그쳐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고사하고 최하위권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는 LG, 한화와 '3강' 구도를 형성하며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부산에서 LG, 대전에서 한화를 차례로 만나며 시험대에 올랐는데 각각 1승 1무 1패, 1승 2패를 기록했다.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닐 수도 있지만, 확실히 달라진 롯데의 끈끈한 경기력을 엿볼 수 있었던 한 주였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롯데는 밀리고 있어도 이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 초반 실점을 먼저 내주고 지고 있더라도 왠지 역전할 것 같은 믿음을 주는 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주문을 외우게 하는 마력의 팀, 이게 지금 롯데의 모습이다.

롯데는 21일 LG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펼치다가 5-7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8회말 고승민이 극적인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려 7-7 무승부를 만들었다.
24일 한화전은 지난주 롯데 최고의 경기였다. 3-6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우천 지연으로 숨을 고른 뒤 7회초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0회초 손호영의 2타점 적시타로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비록 패했지만 25일 경기에서도 전준우가 9회초 2사에서 극적 동점 솔로포를 때리며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롯데가 올해 승승장구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막강한 타선이다.
롯데의 팀 타율은 0.289로 10개 구단 가운데 압도적 1위다. 리그 평균 0.255보다 4푼 가까이 높으며, 2위 삼성 라이온즈(0.266)와 격차도 2푼3리다.
개인 타율 상위 13명 중 롯데 타자는 '안타 1위(71개)' 빅터 레이예스(0.317), 한 명뿐이지만 규정 타석 기준을 지우면 상황이 다르다.
경기 중 투수가 던진 공에 얼굴 부위를 맞아 이탈한 탓에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전민재는 타율 0.370을 기록 중이다. 황성빈(0.324)과 유강남(0.321), 장두성(0.317), 고승민(0.306), 윤동희(0.296), 전준우(0.289)도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며 손호영(0.258)도 24일 한화전에서 5안타를 몰아치는 등 타격감이 살아나는 중이다.
롯데의 지난 주간 타율은 0.310으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대였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2~3점을 쉽게 뽑아낸다.
롯데가 순항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3분의 1 조금 넘게 경기를 소화했을 뿐이다. 가을 야구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여름이 찾아오는 이 시점이 진짜 고비다.
롯데는 2023시즌에도 6월 초까지 LG, SSG 랜더스와 3강 체제를 형성했으나 주축 선수의 부상과 부진, 불펜의 붕괴로 곤두박질친 '아픈 기억'이 있다.

타선의 힘만으로는 팀당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도 탄탄한 마운드가 뒷받침돼야 한다.
롯데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팀이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부실하다. 롯데 투수들은 지난주 무려 46점을 허용하며 주간 평균자책점 6.67에 그쳤다. 이는 화끈한 공격력을 펼치고도 2승에 그쳤던 이유다. 그리고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9위(4.71)까지 하락했다.
롯데는 이번 주에 4.5경기 차인 공동 5위 삼성, SSG 랜더스를 상대한다. 이번 6연전 성적에 따라 롯데가 선두권 싸움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중위권으로 내려가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비장의 카드는 하나 있다. 찰리 반즈를 방출하고 영입한 알렉 감보아가 27일 삼성을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감보아가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거인은 또 하나의 날개를 달 수 있다.
롯데 마운드가 계속 흔들린다면, 이번에도 타선의 힘으로 위기를 헤쳐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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