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의 미국 시민권 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사진은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2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발코니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인 최초로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미국 국적 유지에 대한 의문이 거론됐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은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시국 국가 원수로서 외국 정부를 이끄는 동안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인 레오 14세 교황은 2015년 페루 주교로 부임하면서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고 2023년 추기경에 서임 되면서 비티칸 국적도 획득했다.


가톨릭 교단 지도자인 교황은 모국에 특별히 친화적이면 안 되기 때문에 관례로 바티칸 이외 국적을 포기했다고 전해지지만 명확히 확인되진 않았다.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국인 아르헨티나가 국적 포기를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복수국적을 유지한 최초의 교황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그 전임자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공식적으로 모국 시민권을 포기한 기록은 없다.

레오 14세가 스스로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나 페루가 국적을 박탈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미국인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해서 미국 국적이 자동으로 박탈되지는 않는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인이 외국 국가원수·정부 수반이나 외무장관이 될 경우에는 시민권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어 이론상으로는 박탈이 가능하다.

피터 스피로 미국 템플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미국 국무부는 국적 포기 절차를 통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한 시민권을 상실할 의도가 있다고 절대 가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0년 미국 대법원은 미국인이 고의로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강제로 박탈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교황 시민권 존치 여부에 관해 답하지 않았다. 페루 정부 국적 담당 당국자는 자국 출신 외국 정상의 복수국적 유지가 자국 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교황이 아닌 외국 정부 지도자로 재임한 미국 시민권자들은 모두 스스로 국적을 포기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마하메드 압둘라히 마하메드 전 소말리아 대통령, 발다스 아담쿠스 전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모두 스스로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레오 14세 교황이 스스로 미국 국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가톨릭에 정통한 마거릿 수잔 톰슨 시러큐스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며 "교황이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첫 연설을 한 것은 자신이 보편 교회의 교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