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에 처한 유엔이 예산 감축, 구조조정에 나선다. 사진은 유엔 본부 청사 전경. /사진=로이터


유엔이 재정 위기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3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예산 20%를 감축하고 인력 69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유엔은 사무국 직원들에게 예산 감축에 관한 세부 내용을 다음달 1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조조정은 예산 4분의 1을 지원했던 미국의 분담금 미납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각종 체납금과 미지급금 등 15억달러(약 2조650억원)를 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시로 미국은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등에서 탈퇴했다.

아울러 중국의 거듭된 분담금 체납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양국은 유엔 기금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조처는 차기 예산 주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브리핑에서 주요 부서들을 통합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유엔의 구조조정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 변화를 일으킬지는 확실치 않다.


리처드 고완 국제위기그룹 유엔 전문가는 "구테흐스 총장 입장에서는 (예산) 삭감으로 유엔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로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위협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구조조정에도 행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유엔 예산 삭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검토가 8월 초까지 완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