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직원이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글로벌 무역 장벽과 업황 침체로 고전 중인 철강업계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는 차기 정부가 철강을 첨단소재 못지 않은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실질적인 보호와 육성 정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단순 규제 완화나 단기 지원이 아니라 통상·환경·세제 등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철강업계는 유례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재 내수는 매년 5000만톤 이상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에는 4720만톤으로 코로나19 시기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 철강재 생산량도 6590만톤으로 최근 10년 내 최저를 나타냈다.

이 같은 부진은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철강 수요가 급감했고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각국의 관세 장벽도 높아졌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철강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가 더해졌다. 중국 정부는 국내 수요 부진을 수출 확대 전략으로 만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시아 시장 내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는 철강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이에 걸맞은 산업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강은 국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 소재 산업임에도 현행 국가산업 전략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산업 전반의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를 위해 철강을 '국가 핵심 기반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인프라 및 기술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통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주도의 양자 협상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양한 외교적 수단을 활용하는 통상 대응 전담 조직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철강산업은 미국의 25% 상계관세 등 보호무역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상대국과의 조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H형강. /사진=현대제철


외국산 저가 철강재의 무분별한 수입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정책도 절실하다. 최근 국내 철강시장은 중국산 후판과 열연 등 과잉 생산 물량이 유입되면서 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은 도금 처리를 통한 우회 수출로 대응하고 있어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심사 중인 열연 반덤핑 조치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도 과제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다탄소 업종인 철강산업은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핵심은 '꿈의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완성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환원)해 철을 만드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7년까지 30만 톤급 시험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가동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2%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방침이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전체 설비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려면 약 7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책적 지원 없이 민간이 친환경 전환을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민간 기업이 공장을 바꾸거나 투자를 하기 위해선 매몰 비용하고 신규 투자 비용이 필요한데 지금 같은 자금의 구성을 가지고는 대단히 어렵다"며 "매몰 비용과 친환경 설비 투자 비용에 대한 금융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