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50% 폭탄' 이어 EU까지… K철강 무역 장벽 '첩첩산중'
트럼프, 4일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2배 인상… EU는 무관세 쿼터 축소 검토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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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수입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에 적용되는 철강 수입 무관세 쿼터를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국내 산업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은 4일 자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렸다. 지난 3월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지 3개월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인상된 관세는 계속해서 저가로 과잉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 시장에 수출해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외국 국가들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도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해 철강 수입에 적용되는 무관세 쿼터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한국 철강업계의 수출길이 좁아질 전망이다. 앞서 EU는 지난 4월부터 철강 수입쿼터를 약 15% 축소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우회 수출된 저가 철강이 유럽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쿼터 내 수입은 무관세이나 이를 초과하는 수입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EU의 이중 규제에 따른 직격탄을 우려한다. 두 시장 모두 한국 철강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관세가 오르면 원가에 관세 부담이 더해져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철강의 수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강 제품 수출은 올해 1월 26억2800만달러(전년 대비-4.9%), 2월 25억5800만달러(-4.2%), 3월 25억7100만달러(-10.8%), 4월 29억7100만달러(-5.4%), 5월 25억5900만달러(-12.4%) 등 5개월 연속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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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장벽으로 해외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저가재가 국내로 역유입되는 현상도 우려된다. 미국과 EU에서 수출길이 막힌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 대량 유입된다면 국내 수급 불균형과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저가재 역유입 리스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인도, 동남아 등에서 유입되는 저가 강재에 대한 품질 기준 강화와 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 요건 검토 등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향후 미국 관세율이 50% 이상으로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조업 부활'과 '중국 견제'를 주요 정책 기조로 하는 만큼 철강·알루미늄 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는 이미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보를 위한 합작 투자를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 직접 생산해 관세를 회피하겠다는 전략이지만 EU 시장의 경우 한국 철강사가 보유한 생산기지가 없다. 해외 공장 구축은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관세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는 새 정부가 주도적인 통상 정책을 통해 미·EU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국익 차원의 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외교, 통상, 산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양자 협의 및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한 다자 대응이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보다 주도적으로 통상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며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서 그치 말고 수출과 수입 과정에서 작동하는 관세 정책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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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