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②STO 기술은 이미 준비 완료… 국내 제도화만 남아
[367조 시장 열린다… 토큰증권 '법제화' 카운트다운] 제도 늦으면 기술에도 영향, 해외는 이 시간에도 진화 중
안효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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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디지털 자산 공약 중에서 가장 먼저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ST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플랫폼·시장은 STO 법제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다. 금융 혁신이자 금융의 고속도로로 여겨지는 STO 시장에서 한국은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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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신뢰성과 실물자산 안정성, 소액투자로의 확장성 등으로 주목받는 토큰증권(STO) 시장이 국내에서도 사실상 기술 준비를 마치고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다.
STO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자산을 토큰화한 뒤 발행·유통이 가능한 증권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STO를 통해 수십억원대 부동산과 수억원대 미술품 등을 1만원처럼 소액으로 쪼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자산시장에 대한 일반 대중 접근성 확대로 양극화 해소와 중산층 자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혁신에 익숙한 MZ세대들이 STO를 주목한다고 본다. 실제 주요 조각투자 플랫폼 이용자 80% 이상이 '2030'세대다. 이들의 투자 패턴과 선호도가 STO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젊은층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STO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STO는 여·야·정 등 당국으로부터도 안전한 혁신이라는 특성에 고루 지지를 얻었다. 가상자산으로서 장점을 가지면서도 자본시장법 체계 내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TO 인프라 구축이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로 도약할 기회가 된다는 점도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STO로 구축하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 시스템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화 체계가 금융서비스 디지털 전환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도 지연으로 시스템 구축 아직은 소수…법제만 마련되면 단기간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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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들과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은 STO 법제화에 대비해 업무협약(MOU)·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공동으로 기술을 준비해왔다. 최근 STO 관련주로 이목을 끈 갤럭시아머니트리의 항공금융 STO 컨소시엄 사례도 있다. 항공기 기체 중 엔진만 거래하는 서비스로 신한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하나증권은 STO 사업화와 상품 기획 및 운영에 관한 전략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STO 상품 심사 및 발행 등 여러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바이셀스탠다드와 MOU를 맺었다. 바이셀스탠다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 초대 회장사다.
페어스퀘어랩은 키움증권·한국정보인증과 STO 협력을 진행하고 있고 주요 은행들과도 국가 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송금·결제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페어스퀘어랩 관계자는 "토큰증권 관련법이 2년 가까이 정체되면서 실제 개념 증명(POC)이나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증권사는 아직 소수"라며 "한국예탁결제원이 총량 관리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만큼 법제가 마련되면 단기간 내 서비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토큰 발행 이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빠른 제도권 안착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블록체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오프체인 시스템에 의존한 구조가 돼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 컨트랙트로 청약 대금을 자동 배정하고 반환하는 방식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맞물려 도입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지난해 금융결제원이 진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미국은 ETF도 STO로…일본·싱가포르에 두바이까지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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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이미 곳곳에서 STO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STO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블록체인 부동산 플랫폼 리얼티(RealT)에는 57개국 3만명 이상 투자자들이 1억달러(약 1330억원) 규모 부동산을 토큰화해 거래한다. 50달러(약 7만원)부터 투자하고 임대 수익을 실시간 분배받는다.
주식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토큰으로 거래한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은 50개 이상 미국 주식과 ETF 토큰화 버전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블록체인 기반 토큰 증권을 위해 업계와 적극 논의하며 규제 혁신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제도화와 함께 상용화도 추진한다. 일본에서는 노무라증권이 올해 3월 부스트리와 협력해 토큰화 예금을 활용한 디지털 채권 발행 테스트를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2017년부터 통화청(MAS)이 STO를 증권 선물법 체계에 편입하는 기술 중립적 접근법을 택했다.
두바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면 STO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두바이 정부는 중동·북아프리카 최초 부동산 토큰 증권 프로젝트를 확장하며 약 163억달러(약 21조6000억원) 규모 디지털 부동산 분할소유 시장 구축을 목표로 한다.
유럽에서는 기업 지분의 완전한 토큰화가 등장했다. 스페인 소비재 기업 비셀프 브랜즈는 자사 지분 100%를 토큰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주식처럼 의결권과 배당권 등 주주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고 전 세계 누구나 소액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게 했다. 중소·중견기업에는 상장이나 벤처캐피털 없이 법적 안정성과 투자 접근성을 확보한 자금 유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STO 제도화는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금융 혁신을 이끌 것"이라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 융합이 본격화하면 금융 산업 전반에서 혁신이 가속화하고 대중 접근성과 포용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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