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포스코퓨처엠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식에서 엄기천 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퓨처엠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포스코퓨처엠은 '원료-반제품-양극재'에 이르는 자급체제를 완성했습니다."


10일 포스코퓨처엠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엄기천 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자국 중심의 통상 체제에 맞서 국내 공급망을 공고히 하고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굳건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방문한 전구체 공장은 포스코그룹의 60년 기술이 집약된 K배터리의 전초기지 중 한 곳이다. 축구장 4개 넓이(2만2400㎡)에 달하는 공장은 연간 4만5000톤의 전구체를 생산한다. 전기차 50만대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안전모, 보안경, 방진마스크로 무장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운전실이다. 운전실은 전구체 제조 6개 공정(원료·용해-반응-세척 탈수-건조-분급·탈철-포장)을 총괄한다.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가득한 운전실에서 오퍼레이터들은 화면을 모니터링하며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감독한다.
노수진 광양 전구체 공장장이 생산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퓨처엠


노수진 광양 전구체공장 공장장은 "현재 공장에서 10개 라인 공정에서 20개의 반응기를 쓰고 있는데 이것을 이 운전실에서 모두 통제하고 있다"며 "대부분 자동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저희가 설계한 대로 잘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지 오퍼레이터들이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전구체의 핵심 설비인 반응기다. 거대한 솥 모양의 반응기에서 전구체 입자가 만들어진다. 용해된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을 침전제와 배합해 전구체 결정체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원하는 전구체를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이렇게 생산된 전구체는 바로 옆 공장으로 옮겨져 양극재로 재탄생한다. 2019년부터 4단계에 걸쳐 조성된 광양 양극재 공장은 전기차 약 100만대분에 해당하는 연산 9만톤의 양극재를 생산 중이다. 이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NCMA, NCA, NCM 등 양극재 생산라인 13개가 구축돼 있다.

에어샤워를 거쳐 진입한 양극재 공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자동화 공정으로 현장 직원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열처리를 하는 소성로는 기존 중국산 전구체가 아닌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한 전구체로 대체하기 위해 비워진 상태였다. 이날 준공한 전구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이 공장으로 이동하면 포스코퓨처엠이 국산화한 양극재 완제품이 탄생하게 된다.
고재민 광양 양극재 공장장이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퓨처엠


고재민 양극재2공장장은 "기존에는 중국산 전구체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내재화한 전구체로 양극재를 생산하려는 전환 과정에 있다"며 "소성설비도 포스코퓨처엠이 내재화한 전구체를 활용한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모두 비워내고 잠시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외국우려기업'(FEOC)에 저촉되지 않는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전구체를 사용하면 올해부터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배터리에는 FEOC 규정이 적용돼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전구체 자립은 고객사의 요청에서 출발했다. 중국산 전구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한국만의 독립된 공급망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소재 자립에 대한 열망으로 연구에 매진해 전구체 생산 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오는 7월까지 경쟁사 수준의 조업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한동수 광양 양극소재실장은 "IRA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중국산을 최대한 배제해 왔다"며 "과거 포스코나 기존 그룹사들이 설비 준공 후 정상화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던 반면 광양 전구체 공장은 짧은 기간 안에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