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주주 이익만을 고려한 롯데렌탈의 유상증자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롯데렌탈


이재명 정부가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기치로 상법개정 드라이브를 본격화한 가운데 롯데렌탈이 이같은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유상증자를 감행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최근 매각이 결정된 롯데렌탈이 매수자에게 유리한 '헐값 유증'을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대주주인 호텔롯데가 보유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에 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하며 약 1조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는 반면, 어피니티에는 주당 2만9180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는 시장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어피니티는 평균 매입단가를 16% 이상 낮추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면 일반 주주는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의 충실의무'를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특정 대주주의 이익이 아닌 회사와 모든 주주이익으로까지 확대한다.


이를 토대로 롯데렌탈 이사회가 이번 유증 과정에서 대주주인 롯데그룹과 인수자인 어피니티PE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특정 주주의 거래 편의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는 비판으로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충실의무 확대'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유증 자체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증자가 '긴급한 자금 조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 자금 조달 필요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렌탈은 현재 업계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과 45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 연간 2조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증이 인수자 측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유증이 '대주주 변경'을 전제로 한 조건부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회사의 자금 수요보다는 대주주의 지분 매각 편의를 위한 절차로 해석하고 있다.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롯데그룹의 지분 매각 수익 극대화를 우선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상법 개정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향후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이번 유증이 개정안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취임 직후 2~3주 이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롯데렌탈의 유증과 유사한 구조의 거래가 위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법적 해석과 제도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의 주요 주주인 VIP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는 정당성이 결여된 거래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롯데렌탈은 재무적으로 유증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일반주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상장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