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없던 일로' S-OIL이 쏜 채용 공포…"이럴 거면 왜 공고 냈나"
업황 악화 부담 탓에 채용 중단…취업시장 전반 불신 번져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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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에쓰오일)이 필기시험까지 마친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돌연 중단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도 채용 중단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에쓰오일이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는 고용 정책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 공고를 시작으로 진행해 온 소매영업직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최근 전면 중단했다. 회사는 이미 서류 전형과 필기 전형까지 마무리한 상태였고 지원자들은 면접 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형 결과를 기다리던 지원자들은 지난 10일 돌연 채용절차 중단을 통보받았다. 에쓰오일은 외부 경영환경 불확실성과 실적 악화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올해 2분기에도 8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회사의 어려운 상황 자체는 업계 안팎에서 일정 부분 이해된다는 분위기다.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 유가 약세와 석유제품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에쓰오일은 여기에 샤힌 프로젝트라는 대규모 투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9조2580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석유화학 설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문제는 채용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없던 일'로 돌린 결정 방식이다. 대기업의 신입 채용은 보통 연간 단위로 계획되고 중간에 변수가 생기더라도 시작된 채용은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에 샤힌 프로젝트까지 부담이 가중되면서 에쓰오일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업황 악화와 실적 하락은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상된 부분인데 전형을 시작한 후에 채용을 접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실망과 불안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오랜 기간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성과급 규모가 800%에서 250%로 줄었음에도 직원 평균 연봉이 1억5400만원에 달한다. 정유업계가 호황을 지나던 2022년과 2023년엔 평균 연봉이 각각 1억7100만원, 1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은 향후 신입사원 채용 시 이번 서류 전형에 합격한 지원자에 한해 서류 전형을 생략한다는 방침이지만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이번 결정으로 '대기업도 언제든 채용을 접을 수 있다'는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취업 커뮤니티에선 "에쓰오일이 채용을 취소할 정도면 다른 회사는 어떻겠냐" "에쓰오일이 신호탄 아니냐" "타 기업이지만 최종 합격 후 입사 대기 중인데 에쓰오일처럼 될까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에쓰오일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의 예상보다 부진이 크고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강경돈 에쓰오일 전무는 "미국의 관세 이슈가 여전히 진행되는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요가 다소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관세 이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낮은 유가에 기반한 수요 회복과 공식판매가격(OSP) 하락으로 상반기 말부터 정제마진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욱 잡매치 대표는 "에쓰오일이 그동안 쌓아 올린 기업 명성을 깎으면서까지 진행 중인 신입 채용을 철회한 것은 회사 사정이 그만큼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해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을 축소하거나 일정을 미루는 가운데 에쓰오일의 채용 중단은 취업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취업시장은 유례없는 한파를 지나는 중이기 때문에 파급 효과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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