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과 여탕 표시를 바꿔둔 남성 무리의 장난으로 여성이 나체 상태에서 남성을 마주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은 인천 한 목욕탕 엘리베이터에서 남탕, 여탕 스티커를 바꿔 붙이는 남성 모습. /사진=JTBC 캡처


남탕과 여탕 표시를 바꿔놓은 남성 무리의 선 넘은 장난에 여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남성을 마주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12일 JTBC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7일 인천 소재 한 목욕탕에서 발생했다. 이날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심야 근무를 마치고 이 목욕탕을 찾았고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붙은 3층은 '여탕', 5층은 '남탕' 표시를 본 후 각자 층으로 향했다.

그런데 잠시 후 씻고 나온 B씨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옷을 입은 남성을 마주쳤다. B씨는 황급히 몸을 숨기고 사우나 측에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3층은 남탕"이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버튼 옆 표시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했더니 사건 발생 4시간 전 의문의 남성 무리가 여탕과 남탕 스티커를 바꿔 붙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사우나 측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우나 측은 "(남성 무리) 4명이 밤이랑 새벽에 한번 그랬다. 낮에 오면 내가 못 하게 하고 오지 말라고 그런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 일을 겪은 후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당일 사우나를 제안했던 A씨 역시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여탕으로 뛰어온 아내가) 맨발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여기 여탕이라고' 울면서 저한테 얘기하더라. 너무 당황했다. 솔직히 화도 너무 많이 났다"고 토로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B씨는 "옷을 입고 나가도 남자분들이랑 마주치면 뭔가 발가벗은 느낌이 계속 든다"며 "정신적 충격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되게 우울했고 많이 힘들었다. (스티커를 바꿔) 붙이면서 낄낄거리는 영상을 봤는데 본인들이 장난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이렇게 심하게 당할 수 있는 건데"라고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경찰은 이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업무방해죄로 사건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