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각사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전망대에서 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핵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 압구정2구역, 용산정비창 등 수익성과 입지를 두루 갖춘 사업장을 두고 대형사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들은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사업 기획과 설계, 금융 조달 능력 등을 구축하며 디벨로퍼형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1지구 조합은 올해 8월 입찰 공고를 내고 연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성수1지구는 서울숲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에 3014가구 규모 약 2조원에 달하는 공사비로 수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GS건설은 지난 11일 성수1구역 입찰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협업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THE H'(디에이치)를 내세우며 서울숲 조망 특화 설계를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디벨로퍼형 제안을 통해, 상품 기획부터 운영까지 직접 제안하는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란트 등도 조합으로부터 사업 참여 요청 공문을 수령하고 내부 검토에 참수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성수1구역은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사업 참여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달 시공사 입찰을 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은 오는 9월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총 공사비는 약 2조4000억원. 지하 5층~최고 65층 높이의 2571가구가 들어서는 대형 사업이다.


이번 수주전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리턴 매치'로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물산은 압구정역 인근에 홍보관 'S.라운지'를 운영하며 브랜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5개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고 사업비와 이주비 금융 지원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터줏대감' 이미지와 디에이치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전시관 '디에이치 갤러리'를 운영하며 13개 금융사와 협약을 체결했다.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 후끈… 더욱 치열해진 전략 경쟁

용산정비창, HDC현대산업개발-포스코이앤씨 시공권 놓고 격돌. /그래픽=김은옥 기자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서 추진되는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의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22일로 다가왔다. 입찰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마지막 홍보를 쏟아내고 있다.

해당 사업은 총 사업비 약 1조원 규모로, 지하 6층~지상 38층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 상업·근린생활시설 등을 포함한다. 두 회사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강 조망권 보장, 스카이브리지 조성, 글로벌 건축가 협업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조망 세대 수가 많은 점을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역 인프라와 연계한 복합개발 시너지 전략을 어필하고 있다. 공사 기간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더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주전에서는 공사비·금리와 함께 조합 수익성과 직결된 '총체적 사업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순 공사비와 대출금리 경쟁을 넘어, 사업 리스크를 공유하고 수익성 제안을 하는 시공사를 선택하는 추세"라며 "사업 기획과 고급 설계, 금융 조달 역량이 수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비용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형 사업으로 몰리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대형사들의 정비사업 선별 수주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의 측면에서 정부가 정비사업의 정교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