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오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를 잃은 후 상실감에 빠져 지내던 11세 소년 엘리오는 고모 올가와 함께 살아간다. 그는 고모가 얼떨결에 조카인 자신을 맡게 된 탓에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지구를 떠나고 싶어 한다. 여느 때처럼 외계인의 납치를 간절히 꿈꾸던 어느 날, 엘리오는 그토록 갈망하던 우주로 소환된다.


18일 국내 개봉하는 '엘리오'는 지구별에서 나 혼자라 느끼던 외톨이 엘리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주로 소환돼 특별한 친구를 만나며 펼쳐지는 디즈니·픽사의 감성 어드벤처 영화다.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 '코코' 등 픽사 명작에 참여했던 도미 시 감독,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 아드리안 몰리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엘리오 스틸


영화는 외톨이 엘리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엘리오는 외계인에게 납치되기 위해 끊임없이 통신을 시도하다 우주로 가게 된다. 그는 커뮤니버스 회원들이 자신을 지구의 대표로 오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우주에 남기 위해 진짜 정체를 숨기고 커뮤니버스의 갈등을 유발하는 그라이곤과의 협상을 자처한다.


협상에 실패한 엘리오는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라이곤의 아들 글로든과 만나게 된다. 글로든은 자신의 이름을 물어봐 준 엘리오에게 순식간에 마음의 문을 열고,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이후 글로든은 엘리오를 위해 아빠 그라이곤을 설득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되겠다고 나서지만, 이들의 계획은 그라이곤의 분노를 깨우고 만다.

엘리오 스틸

엘리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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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외로움'이다. 영화는 고모와 조카라는 새로운 관계를 통해 주제를 담아냈다. 부모의 부재와 고모에 대한 부담감이 만들어낸 외로움을 품고 있던 엘리오가 마음을 둘 곳은 우주로 표현됐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우주에서 행성 간 조직인 커뮤니버스의 회원으로 인정받고자 고군분투하는 엘리오의 모습은 소속감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을 보여준다.


엘리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만난 외계 생명체 글로든은 그 누구보다 엘리오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특별한 친구로 등장한다. 엘리오가 마침내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와 연결된 순간은 관객들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둘의 뜻하지 않은 계획이 가족애를 느끼는 계기가 되면서 결국 엘리오가 갈망했던 건 사랑과 관심이었다는 깨달음으로도 이어진다.

스페이스 어드벤처를 표방하는만큼, 볼거리도 다채롭다. 우주는 기존의 비주얼과 다른, 생기 넘치고 컬러풀하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구현됐다. 날카로운 무시무시한 이빨을 지녔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을 지닌 글로든과 우주 사용자 길잡이 등 외계 생명체는 심해 생물에서 모티프를 따온 만큼,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비주얼로 표현됐다. 매번 새로운 비주얼적 도전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픽사다운 아름다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엘리오'는 애니메이션 명가다운 작품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적 주제와 픽사만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감동과 위로를 끌어낸다. 우주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든 깊이를 보여주며 가족애, 우정, 성장과 위로까지 담아내며 따스한 온기를 전한다. "돌아갈 곳이 돼줘서 고마워"라는 마지막 인사마저 글로든이 품어주는 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러닝 타임 9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