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곳 중 4곳 '유령 상가'… 가로수길, 무권리금 넘쳐난다
고가 임대료의 역습… 공실률 40% 돌파
장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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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어요. 임대 물건은 계속 늘어나고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없어요."-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지난 18일 방문한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인근의 폐업한 식당과 카페 앞에 철거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때 관광객들로 붐비며 핫플레이스로 이름을 날리던 거리에서 상가 10곳 중 4곳은 비어 있다.
글로벌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41.6%. 서울 6대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강남(18.9%) 청담(15.7%) 홍대(10.0%) 명동(5.2%) 성수(3.4%) 등 주요 상권 대비 최대 12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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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문제에도 임대료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신사동 집합상가 1분기 기준 임대료는 3.3㎡(평)당 30만88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30만4200원) 4분기(30만7900원)에 이어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사동 A부동산 관계자는 "가로수길 중심가는 권리금과 월세가 높아서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외엔 못 버틴다"면서 "외곽 쪽은 소상공인들이 입점해도 수익이 안 나 권리금 없이 가게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가로수길 한 상가의 1층 매물(전용 175㎡)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200만원, 관리비 130만원에 무권리금으로 네이버페이부동산에 등록돼 있다. 권리금이 없는 것은 기존 점주가 포기하고 퇴거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신규 창업자 입장에서 접근성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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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몰락의 배경에는 고가 임대료도 있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기인한다. 과거에 'SNS 맛집' '감성 카페'로 주목받던 주요 상권들은 온라인 거래와 라이브커머스의 성장으로 젊은 세대의 방문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소비 성향이 지역 밀착형으로 변화하면서,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운 동네에서 해결하려는 경향도 강해졌다.
신사동 B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인 거리 점포 상당수가 비었다"며 "카페와 식당 중심으로 폐업이 많았고 최근에는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금리와 전쟁, 내수 위축 등 복합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1.8로 전월 대비 8.0포인트(p) 뛰었다. 기준치인 100도 회복했다. 지난해 12월 88까지 떨어졌던 CSI가 6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수치 회복에도 실제 자영업 현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지표상 경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실제 거리 분위기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상권 회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은석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가로수길처럼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상권은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를 내리기가 어렵다"면서 "프리렌트'(입점 초기 무상 임대)를 제공해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고 외형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실이 많은 구간에 브랜드 파워가 있는 팝업스토어나 쇼룸을 유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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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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