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못 간다" 현대제철 포항 인력 재배치 놓고 노사 갈등 격화
현대제철, 포항 2공장 무기한 휴업 돌입…노조 "강제 전환 배치" 반발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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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포항2공장의 전면 가동 중단과 함께 인력 일부를 당진으로 전환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강제 전환 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초부터 포항 2공장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공장 셧다운을 검토했으나 당시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보류하고 2조 2교대 체제로 축소 운영해왔다.
현대제철은 지난 12일 노사협의회를 열고 셧다운 및 인력 전환 배치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셧다운이 건설경기 부진과 철강 수요 감소, 생산원가 부담 누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포항 2공장 운영으로 매달 56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포항 2공장은 1995년 가동을 시작해 30년 동안 H형강, 앵글 등 건설용 철강재를 생산해온 주력 설비다. 포항 2공장은 연간 생산 규모는 제강 100만톤, 압연 70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최근 몇 년간 내수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조선·건설업체 발주 축소 등으로 수익성 저하가 누적돼 왔다. 올해 1분기에도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상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50% 인상 등으로 회사의 부담은 가중되는 중이다.
회사는 고정비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2공장 인력 일부를 포항 1공장과 충남 당진제철소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해 왔으나 이같은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포항을 떠날 수 없다고 맞선다. 포항 인력 다수가 포항 지역에 장기 정착한 직원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주장한다. 주거지를 포항에 두고 있는 데다 자녀의 학교, 부모 봉양, 배우자 직장 등 생계 기반이 모두 포항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회사 결정에 반발한 노조는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엔 포항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포항 지역에서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고 다음주 상경 집회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갈등의 불씨는 포항 2공장뿐만이 아니다.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에서 운영 중인 중기 사업부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중기 사업부는 굴삭기 부품인 무한궤도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부서로, 회사는 해당 사업을 접고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오는 11월 생산을 멈추고 내년 6월까지 설비를 이설 및 승인한 뒤 같은 해 10월 최종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회사의 계획에 따라 기존 인력은 오는 11월 이후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어렵지만 고용은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며 "당진으로의 전환 배치는 해고가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구조조정이 아닌 제한적 전환 배치를 통해 조직 재정비와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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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