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을 내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감과 함께 현실성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새 정부 출범 뒤 연일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면서 3000 돌파를 눈앞에 둔 만큼 앞으로 주가지수를 끌어올릴 모멘텀이 중요한 시점이다. 일부 종목은 단기 급등 피로감과 고평가 우려도 제기되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대체로 '다시 모멘텀이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정책 영향주로 꼽혀온 에너지, 방산주 등이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지 주목된다.

49% 뛴 두산에너빌리티…AI 탄 원전주, 코스피 5000까지 함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원자력발전주와 관련해 코스피5000이라는 중장기 목표에 걸맞은 밝은 전망을 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대세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기존 원자로 대비 비용과 건설 기간 단축으로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2030년경 첫 상업용 SMR 가동되면 204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용량 1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AI 고용 대체 시나리오에서도 장기 고성장할 산업"이라며 "정책 지원, 기술 혁신, 민간 부문 관심 증가로 올해 원전 발전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문자만 생성하는 거대언어모델(LLM)과 달리 앞으로는 3D 데이터를 처리하는 자율주행, 나아가 휴머노이드 보급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자는 이른바 "지브리풍으로 그려줘"라는 흥미 위주 유행만으로도 "그래픽 카드가 녹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에너지 관련주가 새 정부 출범 영향으로 특히 주목받는다. 사진은 '2025 대한민국 전기산업 엑스포' 한국수력원자력 부스./사진=뉴스1


김영일 대신증권 센터장도 관련 분야 전망을 밝게 봤다. 그는 "(원전주의)단기 주가 급등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검증된 한국 원자력 기자재·건설 업체 경쟁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흐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전력 건설투자는 증가 여력이 한참 남았다"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40년 만에 원전이 에너지 대전환 중심"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전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위험성·지속가능성 문제를 들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과거 문재인 정부도 국내 탈원전을 시도하면서도 수출은 꾸준히 시도해 이재명 정부 역시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원전 대장주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선 이후 이날까지 약 49% 뛰었다.


재생에너지 관련주에는 이미 주요 업체들이 해외 위주 사업을 꾸려 국가 정책으로 인한 성장이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은 "국내 상장 재생에너지 기업은 주로 해외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해 국내 시장 노출도가 낮은 편"이라며 "국내 노출도가 높은 기업은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이 중심이라 주식시장에서 정책에 따른 변화가 크게 체감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는 수출 중심 대형주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OCI홀딩스와 한화솔루션은 대선 이후 지난19일까지 각각 0.4%, 7.0% 올라 코스피 상승률(10.3%)를 밑돌았다. 유니슨, 씨에스윈드, SK오션플랜트 등도 최근 주가가 뛰며 주목받았다.

글로벌 정세 불안에 'K방산'주 호재 지속

방산주에 급등에 따른 부담과 함께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구조적 수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K-2 전차포 사격/사진=뉴스1


최근 주가가 치솟은 방위산업 관련주도 급등에 따른 부담이 존재하지만 센터장들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구조적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방산은 동남아, 남미 등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동유럽, 중동 등 신규 시장에서 수출 레코드를 쌓고 있다. 미·중 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경쟁이 심화돼 방위비 증가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 대통령도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과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방산 관련 주요 5사는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약 5년치 물량에 해당하는 80조원어치 수주 잔량을 쌓아뒀다. K-2전차, 천무, 천궁2 등 고마진 수출 계약은 2027년까지 실적에 순차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정부 출범 이후 11.9%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과 유사했다. 이는 지수 대비 상승률이 급격했던 1분기와 대조적으로 상승폭을 줄인 흐름이다. 1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2.4% 올랐고 코스피는 3.4% 상승했다.

김영일 센터장은 "주가 상승이 지속돼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며 "방위무기 도입은 국가 대사인만큼 대통령이 확정돼 논의 중이던 수출이 조기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도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국내 정부와 상관없이 뛰어난 K-방산 가성비와 호환성이 각광받아 실적 시즌 때마다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그동안 높은 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단기적 차익실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기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짚었다.

'K콘텐츠'로 대표되는 방송·통신주에는 추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영일 센터장은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상승을 위해서는 대형 제작사 컨텐츠가 글로벌 OTT에 지속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구체화해야 하고 전방산업인 광고에도 규제완화 및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건설주도 관심을 모은다. 정부가 바뀌면 건설·부동산에 변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다. 새 정부에서는 경기와 주가 흐름이 어떻게 변할까.

김동원 센터장은 "(건설은) 내수 바닥에 대한 기대감을 가장 먼저 반영하고 있는 곳"이라며 "건설은 원전, 대북 정책, 러·우전쟁 종전 등 이슈에도 수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내년 입주 감소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중장기 우상향할 것"이라며 "2027년부터 실적 개선을 전망해 장기적 주가 상승을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