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엠은 캐나다를 중심으로 대형 유통사들과의 협력 범위를 빠르게 확대하며 북미 전역으로의 확장 발판을 다지고 있다. 사진은 솔루엠 제품이 공급되고 있는 드럭스토어 이미지. /사진=솔루엠 제공


글로벌 전자 가격 표시기(ESL)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북미 리테일 매장 침투율은 1%대에 그쳐 관련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솔루엠도 캐나다를 중심으로 대형 유통사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북미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다. 침투율이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관련 시장에 얼마나 보급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솔루엠은 최근 로블로 자회사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과 패티슨푸드그룹(PFG) 등 북미 주요 유통 브랜드와 ESL 신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내 ESL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솔루엠이 북미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북미 시장은 ESL 침투율이 낮아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ESL 시장은 2024년 19억6800만달러에서 2029년 34억15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11.65%에 달한다. 이중 북미 지역의 ESL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7억350만달러로 리테일 매장 내 ESL 침투율은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유럽(24%)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ESL 산업은 본질적으로 설비 투자 성격이 강해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조지만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유통업계 전반에서 인건비 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용 효율화가 유통기업들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ESL은 '인건비를 줄이는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북미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ESL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격 변동이 잦고 운영 구조가 복잡한 북미 식료품 매장 환경에서 솔루엠의 ESL은 실시간 가격 반영, 마감 할인, 행사·회원가 동시 노출 등 다양한 가격 정책을 안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경쟁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솔루엠은 캐나다 최대 유통기업인 로블로(Loblaw)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로블로 자회사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과 캐나다 전역에 유통망을 갖춘 PFG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

로블로 의료 자회사는 캐나다 전역에 약 13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이들과의 단독 공급 계약 체결은 솔루엠의 ESL 수주 물량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고객사 PFG는 서부 캐나다를 거점으로 미국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사업을 하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다. 모회사 짐 패티슨 그룹은 캐나다 재계 3위인 복합 대기업으로 탄탄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도는 18ppm 수준의 불량률과 고도화된 자동화 설비 기반의 납기 경쟁력은 솔루엠이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사진은 솔루엠 베트남 생산법인 내부 모습. /사진=솔루엠


생산 역량 또한 시장 확대에 걸맞게 강화되고 있다. 솔루엠은 베트남 공장에서 지난 4월 한달 동안 626만개의 ESL을 생산했으며 최대 월간 생산 능력은 900만대에 이른다. 멕시코 공장 역시 기존 대비 4배 규모로 확장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두 공장을 합하면 월 3900만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도는 18ppm(100만분의 18) 수준의 불량률과 고도화된 자동화 설비 기반이 솔루엠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솔루엠은 북미 지역의 또 다른 주요 고객으로 미국 대형 유통체인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로블로 역시 지난해부터 미국 진출을 본격화해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북미 ESL 시장은 유럽 대비 디지털 전환 속도가 다소 늦었지만 이제 본격 궤도에 올라섰다"며 "초기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내고 있는 솔루엠 전략이 북미 전역에서 점유율 확대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