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95년 6월 23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 동국대학교 박물관 조사단이 인근의 울주 천전리 각석을 조사하던 중 발견했다. 절벽에 호랑이 그림이 새겨진 것을 봤다는 주민의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탐사팀은 대곡천을 따라 펼쳐진 기암괴석 위에서 정체불명의 그림들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이 그림들이 선사시대에 제작된 귀중한 암각화임이 밝혀졌다.

발견 당시 암각화는 오랜 시간 자연의 풍파를 겪으며 일부 마모되거나 이끼에 덮여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끈질긴 노력과 연구를 통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길이 약 10m, 높이 약 3m의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약 300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구대 그림들은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포획되는 장면을 비롯해 활과 화살, 창 등 사냥 도구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당시 울산 지역이 고래잡이의 중심지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종류의 고래 그림들은 암각화의 백미다. 이 그림들은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구대 암각화는 그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됐다. 이는 암각화가 한국의 유산을 넘어 인류 전체가 보존하고 연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는 7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의 암각화'의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암각화는 심각한 보존 문제를 안고 있다. 울산시의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 조절로 인해 암각화가 장기간 물에 잠기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바위가 풍화되고 그림이 훼손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암각화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지혜로운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