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출신 고용장관'에 숨죽인 재계… 노란봉투법 등 탄력 받나
새정부 첫 고용장관 후보에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지명
'노동 존중' 정부 기조 맞춰 노동자 권한 강화 법안 속도낼 듯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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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장관 후보로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명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민주노총은 그간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강력하게 주창해온 곳이다. 향후 장관에 임명될 경우 '노동 존중'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의 기치에 맞춰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근로자 권한 강화 법안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훈 전 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의 지명은 여러모로 '파격 인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첫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유는
그동안 노동계 출신이 고용부 장관을 맡은 전례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혹은 시민단체 출신이다.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고용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정식 전 장관은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이다. 후임인 김문수 전 장관은 정치인으로 등장하기에 앞서 한국노총에 몸을 담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노동부 장관인 김영주 전 장관 역시 한국노총 출신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익보호에 있어서만큼은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노동단체로 분류돼 왔다. 이런 연유로 민주노총에서 노동부 장관을 배출한 전례는 없었다. 김 후보자의 지명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對)정부 투쟁의 선봉에 섰던 노조 위원장 출신이 장관에 발탁된 것도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그동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던 민주노총을 제도권에 끌어들이는 동시에 근로자 중심의 노동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실현겠다고 공언하며 '노동자 친화' 공약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공약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를 하청 노동자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업체로 확대하고(2조)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3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22대 국회에서 두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무산됐다.
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고 민주노총 역시 노란봉투법의 즉각 시행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 이후 이른 시일 내에 도입이 유력시된다. 노란봉투법 외에도 주4.5일 근무제, 근로 감독 강화, 정년 연장, 중대재해법 확대 등 노동정책도 추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노동정책의 속도감 있는 시행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자를 대변해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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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환경' vs 경영계 '긴장'… 엇갈린 표정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노동계는 김 후보자의 지명에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사상 첫 고용부 장관 배출을 앞둔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내고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철도노조 위원장을 역임해 한국 사회 노동현장의 현실과 과제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특히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정책을 폐기하고 노동권 보장을 위한 국정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노란봉투법 처리를 비롯해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3권 보장, 초기업 단위의 교섭권 등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경영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시행,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정년 연장 등은 그간 재계가 기업의 경영 부담 심화를 이유로 반대해온 법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계는 노란봉투법의 폐기와 근로시간 유연화, 중대재해법 폐지,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취업 등 노동계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사업자 중심의 노동정책 전환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근로자 중심의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이를 실현할 선봉장으로 민주노총 출신을 앞세움에 따라 친노동 정책을 위주로 노동시장의 무게추가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계는 김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고용부 장관이)아직 공식 임명된 게 아니고 후보자 인사 청문회조차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출신이지만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라고 들었다"며 "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대통합과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한 만큼 향후 노동정책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계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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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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