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각 인선을 본격화하며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임기 수행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시스(대통령실 통신사진 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내각 인선을 진행하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연이어 사의 표명을 했다. 정권 낙하산 여부와 관련 없이 새 정부 출범에 따라서 대거 물갈이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전날 국토부에 사의를 전달했다. 지속되는 전세사기 보증 사고와 2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HUG 측은 밝혔다.

유 사장은 2023년 6월 취임해 약 2년 만에 하차가 예상된다. HUG 측은 사퇴 수리가 아직 이뤄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년 동안 HUG의 경영평가 D등급을 내려 유 사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됐다. 유 사장은 자진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고 여파로 지난해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4조4896억원에 달했다. 이에 HUG는 2조519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유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는 82학번 동기로 임명 당시 '정권 낙하산'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이에 HUG는 유 사장이 윤 전 대통령과 아는 사이가 아니고 단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낙하산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서고속철도 운영사 에스알(SR)의 이종국 대표도 최근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경영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토부 산하 최대 공공기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한준 사장도 윤석열 정부 낙하산 논란이 있었지만 오는 11월 임기까지 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LH의 입장이다. LH는 올해 경평에서 지난해 C등급 대비 한 단계 상승한 B등급(양호)을 받았다.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업장 인수 등을 통해 공공의 역할을 한 점이 반영됐다. LH 관계자는 "경영평가 결과가 좋았고 현재까지 변화의 조짐이 없어 임기를 완료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권은 여전히 거취 여부를 주시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인사 지각변동 신호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모습. /사진=뉴스1


국토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장들의 거취는 연쇄 압박 국면에 돌입했다. 철도, 도로, 주택 등 주요 인프라 부문을 관할하는 이들 기관은 정부 정책의 핵심 창구인 만큼 경영 성과와 정권 코드는 적합성이 요구된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도 임기는 남아 있으나, 관가 안팎에선 경영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사퇴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함 사장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이다. 정책위원회 의장 등 야당 정치 경력으로 사퇴 압박 가능성이 크다.


한 사장은 2023년 1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해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으나, 코레일은 2005년 출범 이래 단 한 명도 사장 임기를 채운 사례가 없다. 평균 재임 기간도 1년 7개월로 짧다.

이번 사태를 두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다. 경영평가가 각 공공기관의 성격과 위기 대응 능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관 설립 목적과 공공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경영평가의 개별 기준이 필요하다"며 "성과 미흡에 대한 책임을 묻되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 교체를 시도하는 것은 행정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해친다"며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계해 혼란을 줄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공공기관 인선 논란의 제도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