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삼일PwC와 함께 미국·유럽연합(EU) 정책 변화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25일 공동 개최했다. /사진=정연 기자


배터리 산업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전기차 수요가 차량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발표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가 현행대로 유지된 건 배터리 업계에고무적이라는 평가다.


25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홀에서 열린 세미나 '최신 미국·EU 통상 정책 및 대응 전략 세미나-K-Battery, 위기에서 찾는 기회'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위기와 다양한 대응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대표 전방 산업인 전기차 업황의 경우 보조금 정책과 맞물려있단 진단이다. 전기차가 내연 기관차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열위인 만큼 보조금 축소는 수요에 악영향을 미친다.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 중단 이후 판매량이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9월 보조금이 재개되면서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5% 늘었다.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해 가격 부담 완화가 중요한 이유다.


중국의 저가형 LFP 배터리 채택률이 증가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LFP 배터리는 성능 면에서 약세였으나 최근 경제성 외에도 주행거리 증가, 화재 안전성 등이 더해지면서 많은 자동차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승철 삼일PwC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를 앞세워 유럽에 진출하면서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점유율이 3년 새 30% 떨어졌다"고 했다.

중국 성장세가 뚜렷한 건 맞으나 공급망 전체를 장악할 순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위원은 "북미와 유럽 모두 중국의 종속성을 우려하고 일부 빗장을 걸고 있어서 중국 LFP 배터리 확산세가 절대적이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쌓아온 삼원계 배터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LFP를 적극 개발하는 동시에 LFP가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 다양한 시장 기회가 열려 있단 분석도 나왔다.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흐름이 짙어진 영향이다. 김 위원은 "재생에너지는 날씨, 시간 등으로 인해 발전량의 불균형이 발생해 ESS를 통한 에너지 조절이 중요하다"며 "데이터센터도 막대한 전력이 요구되는 시설이므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ESS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발표된 정부예산 조정법안(OBBB)에 대해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원에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지원 기간을 2031년으로 1년 단축했으나 상원이 현행대로 2032년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해서다.


중국 배터리 업체를 견제하면서도 '금지된 외국 단체'(PEE) 등에 대한 정의는 구체화했다. 상원안에선 ▲2026년 40% ▲2027년 35% ▲2028년 30% ▲2029년 20% ▲2030~2032년 15% 등 중국산 원자재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지 않으면 AMPC를 받도록 했다.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하원은 상세한 기준 없이 중국 기업 등 PEE로부터 원료를 조달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소주현 삼일 PwC Tax 파트너는 "미국의 관세정책, 전기차 캐즘 등 위기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와 OBBB 법안에 의한 세액공제유지 등이 업계에 충분한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