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7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이날 사고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 6명이 실종됐다.


일명 부자동네로 통하는 강남에서 벌어진 백화점 붕괴 소식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분홍색 건물의 백화점은 가운데 부분이 폭삭 주저앉으며 처참한 몰골로 변했다. 당시 인근 거리와 상가 등은 건물 붕괴로 발생한 뿌연 먼지와 파편으로 뒤덮였다.

평화로운 평일 오후를 보내고 있던 시민들은 생지옥이 된 백화점에서 생을 마감했다. 일부 직원 등은 기적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대부분 잔해에 깔려 돌아오지 못했다. 휴대전화가 없던 당시 시민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삐삐를 남기고 제발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사고 현장은 눈물을 흘리며 발만 동동 구르던 시민들의 곡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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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징이던 백화점… 6년 만에 폭삭 무너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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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이 부실 공사로 인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붕괴 전 삼풍백화점 옥상의 모습(위). /사진=tvN '알쓸범잡' 캡처


1989년 12월 완공된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의 대형 백화점이었다. 연면적만 7만4000㎡로 당시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백화점이었다. 그러나 지어진 지 6년 반 만에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다.


주된 붕괴 원인은 부실 공사다. 백화점의 소유주는 당초 종합상가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건물을 백화점으로 용도 변경 후 한 층을 더 쌓아 올렸다. 쇼핑 공간을 늘리기 위해 기둥의 폭과 개수도 줄였다. 결국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 공법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으나 설계와 시공, 감리 과정에서 부실이 누적됐고 이는 참사로 이어졌다.

옥상 에어컨 냉각탑 이송도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당시 삼풍백화점 옥상에는 에어컨 냉각탑 3대가 있었다. 이 냉각탑은 1대당 12톤씩 총 36톤, 냉각수를 채우면 무려 87톤에 달했다. 에어컨 냉각탑의 무게만 해도 이미 옥상이 견뎌낼 수 있는 하중의 4배를 넘어섰다.


건설 초기 이 냉각탑은 삼풍백화점 옥상 동쪽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인접해 있는 삼풍아파트 주민들이 냉각탑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민원을 넣자 이동을 결정했다.

백화점 측은 1989년 11월부터 12월 정식 개장 전까지 이 냉각탑들을 반대편 우측으로 옮겼다. 워낙 냉각탑이 무거웠던 만큼 크레인을 이용해 옮겨야 했지만 백화점 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냉각탑 아래에 롤러를 장착해 옥상 상판 위에서 이송 작업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냉각탑 이송은 옥상 바닥과 하부 구조물에 엄청난 압력을 줬다. 특히 건물 붕괴의 단초가 된 5E 지주 부분에 큰 충격을 가하게 됐다. 가뜩이나 부실했던 건물 옥상에서 무려 12톤짜리 냉각탑을 이리저리 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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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인재와 경영진의 침묵… 대형 사고엔 늘 전조증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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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경영진이 건물 붕괴 전조증상을 무시해 502명의 목슴을 앗아갔다. 사진은 1995년 6월29일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삼풍백화점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건 아니었다. 이미 붕괴 사고 약 두 달 전부터 전조 증상이 있었다. 1995년 4월에는 백화점 5층 북관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겼고 5월에는 5층 바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영진 측은 침묵을 지켰고 정상 영업했다.

이들은 건물이 보낸 마지막 신호를 무시하고 '보수하면 될 것'이란 안일한 판단을 내렸다. 경영진은 사건 당일 임형재 우원건축 소장과 이학수 구조기술자를 불러 긴급대책회의에 나섰다. 임 소장은 백화점 영업을 즉시 중지하고 고객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준 삼풍백화점 회장은 영업을 강행하며 보수할 것을 지시했다.

붕괴 사고 발생 17분 전. 당시 삼풍백화점 시설부장은 다급히 이 회장에게 붕괴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긴급회의 중이던 이 회장과 경영진들은 고객과 직원들을 방치한 채 자신들만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모두를 살릴 수도 있었던 17분은 그렇게 허비됐다.

결국 모든 골든타임을 놓친 삼풍백화점은 예견된 비극을 맞이했다. 경영진의 안전불감증과 부실 공사 탓에 무고한 시민과 직원 등 약 14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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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삼풍백화점 붕괴 3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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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로 이 회장 등 삼풍백화점 경영진, 위험건물을 허가한 부패 공무원 등 총 25명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당시 국민들은 예견된 사고를 돈 때문에 무시한 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릴 것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이 회장은 업무상과실시상죄 등으로 징역 7년6개월이란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무려 502명의 목숨을 나 몰라라 한 결과치곤 가벼운 적은 형량이다. 당시 언론과 국민은 판결 결과에 분노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은 법원의 판결에 눈물을 훔치게 됐다.

삼풍백화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설계 변경 등을 승인해 준 이충우·황철민 전 서초구청장은 각각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300만원,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정상기 전 서울시 상정계장, 김수익 우성건설 형틀반장, 김재근 전 서초구청 주택과장 등 피고인 10명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300만원에서 선고유예 및 추징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30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대형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2021년 광주시 학동 철거건물 사고,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등 건축물 붕괴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중 약 81.78%가 '2025년에도 삼풍참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조합은 무리한 공기 단축과 속도전을 강요하는 현장 분위기,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인해 제2의 삼풍참사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