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글루키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매 치료제가 주목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명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10대 신흥 기술 중 하나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신약을 꼽았다. 비만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GLP-1이 알츠하이머 등 뇌 관련 질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GLP-1 계열 치매 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국내 업체들의 개발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다보스 포럼은 최근 중국 톈진에서 진행된 하계 행사에서 '2025년 10대 신흥 기술'(The Top 10 Emerging Technologies of 2025) 중 하나로 GLP-1 계열 신약기술을 선정했다.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는 데 활용되는 GLP-1 계열 약물이 신경 보호 효과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징촨 궈 미국 플로리다대 박사팀이 미국 의학협회학술지 JAMA 신경학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제2 당뇨병 환자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사용자는 기타 당뇨병 치료제 사용자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33% 낮았다. 해당 약물이 혈당 관리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GLP-1RA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이다.


다보스 포럼은 "초기 연구는 (GLP-1 계열 약물이) 뇌 염증 감소 및 세포 기능 향상 등의 이점이 있다고 시사한다"며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효과와 접근성을 확신하기 위해 더 많은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GLP-1이 치매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국내 기업들의 R&D(연구·개발) 속도는 느리다.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큰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로 GLP-1을 활용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던 기업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한미약품, 비만약에 집중… 디앤디파마텍은 '잠시 멈춤' 상태

사진은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국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 선두 주자로 꼽히는 한미약품은 사실상 GLP-1 계열 치매 치료제 개발을 뒷순위로 미뤘다. GLP-1 계열 치매 치료제를 살펴보고 있으나 파이프라인 코드명이 나오거나 임상에 진입하는 등의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한미약품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내년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과 대비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계열 치매 치료제와 관련해 기초 연구는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가능성을 확인해 가는 단계일 뿐이지 계획이 구체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GLP-1 계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던 디앤디파마텍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알츠하이머를 적응증으로 GLP-1 계열 파이프라인 NLY01 미국 임상 2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뒤 추가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업을 모색할 방침"이라며 "라이선스 아웃을 진행해 글로벌 파트너사에 후속 개발을 맡기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GLP-1 계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 임상이 마무리되고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돼야 다른 기업들도 GLP-1 계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