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폭력성, 아이들과 축구장 가기가 두렵다
흥분한 팬, 선수단 버스 가로막고 홍염까지 솟구쳐
축제의 장이 되고 있는 야구장 분위기 부럽지 않나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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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축구는 기본적으로 거친 스포츠다. 공 하나를 놓고 22명이 특별한 도구 없이 달려들어 뺏고 빼앗기는 것이 기본인 종목이다. 어느 정도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전쟁과 빗댄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전쟁처럼 싸우지만 그렇다고 진짜 전쟁은 아니다. 정해진 룰 안에서 정정당당 겨루고 그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스포츠다. 그래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뛰는 선수와 감독은 물론 심판과 팬까지,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국내 축구판에는 이 기본적인 선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와의 K리그 경기 후 또 '버스막기'가 벌어졌다. 구단의 레전드 기성용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분노한 일부 서울 팬들이 선수단이 타고 있는 버스가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도로를 막았다.
순식간에 팬들이 쏟아지면서 '김기동(감독) 나가'를 외쳤고, 곧바로 버스 앞에서 홍염이 타오르는 예를 찾기 힘든 일도 발생했다. 경호 인력이 홍염을 들고 있는 팬을 제지하려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고, 도로를 채운 군중으로 인해 다른 차량까지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경찰과 함께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뒤 김기동 감독이 하차해 사과를 전하면서 "이틀 뒤(7월1일) 간담회를 통해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밝혔고, 구단 관계자가 거듭 고개를 숙이면서 선수단 버스의 이동만 허락해 달라 간곡히 부탁하며 어렵사리 사태는 일단락됐다.

버스를 막은 인원이 꽤 많았지만 그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훨씬 더 많은 일반 축구팬들이 있었다. 현장에 모인 다수가 기성용의 이탈에 반대하겠으나 항의의 형태가 '버스막기'를 비롯한 폭력적 행동이길 바라진 않았을테다.
4-1 대승을 거두고도 죄인이 된 감독과 선수들은 폭염 속 경기를 치러 녹초가 된 상황에서 1시간 넘도록 갇혀 있었다. 감정이 격해져 벌어진 행동 때문에 그들이 응원하는 20명 넘는 또 다른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입었다. 불안에 떨었던 이는 선수들만이 아니다.
당시 상황은 많은 영상에 담겨졌다. 영상을 보면 어린이 팬도 있고 청소년 팬도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이 과연 팀에 대한 애정으로만 전달됐을지 궁금하고 걱정이다.
축구장 관람 문화는 다른 종목과는 차이가 있다. 필드에서 선수들이 펼치는 플레이만큼 관중석 분위기도 열정적이다. 하지만 그 뜨거움은 폭력과 구분돼야 한다. 육두문자쯤은 거침없이 쏟아내야 진짜 축구팬이라 생각하는 소수 때문에 휴일 저녁 아이들 손잡고 경기장을 찾은 엄마와 아빠는 자녀의 눈과 귀를 막아야한다.
팬들만 선을 넘는 것도 아니다. '경기에 너무 몰입했다'는 이유로 팬들이 보는 앞에서 소속팀 선수를 밀치고, 먼저 거친 언사를 썼다면서 상대 코칭스태프에게 욕설을 퍼붓는 황당한 선수도 나온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각종 논란은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다. 예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본에 대한 지적이다.

이웃 스포츠 프로야구는 또 1000만 관중을 향해 가고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국제 경쟁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팬들이 꽉꽉 들어차고 있는 것은 야구장 자체가 '축제의 장'이 된 영향이 크다. 야구도 보고 현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남녀노소의 건강한 오락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K리그 팬들도 이전보다는 많이 늘었다. 더 늘어날 수도 있는데 내부에서 발목을 잡는 일들이 생기고 있어 안타깝다.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소풍처럼 축구장에 갈 수 있는지,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하듯 축구를 즐길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수단 버스가 수시로 막히고 홍염까지 타오르는데 그 이상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 없다. 필드 안에서의 정정당당도 환기가 필요하다. 혼신의 힘을 다하라는 것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축구계 구성원 모두가 각성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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