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이었는데… 석화업계가 '수처리 사업' 정리하는 까닭
[비즈S+] 비핵심 사업 정리 후 유동성 확보·본원 경쟁력 강화에 집중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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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10여년 전만 해도 차세대 성장동력을 주목받던 수처리 사업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비핵심사업 정리를 통한 유동성 확보와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사업을 중견기업인 시노펙스에 전격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위치한 연면적 5775㎡ 규모의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과 롯데케미칼이 수처리사업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한 총 105개(국내 54개·해외 51개) 특허권,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을 비롯해 관공서 등에 공급하던 영업권 일체를 넘기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매각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수처리 사업이 첨단소재사업부 소속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도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있다.
롯데케미칼에 앞서 LG화학도 지난달 수처리 사업(워터솔루션)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의 수처리 필터 업체를 인수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정수, 해수 담수화, 산업용수 처리 등에 활용되는 필터 소재를 제조·공급하며 일본 도레이에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 기준 LG화학의 수처리 사업 실적은 매출 2220억원, 영업이익 420억원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알토란 사업을 매각하는 이유는 본업의 장기불황과 이에 따른 저조한 실적으로 회사 전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LG화학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4조9836억원, 2022년 2조9794억원, 2023년 2조5292억원, 2024년 9168억원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266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4분기부터 6개 분기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에 따르면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출 규모가 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본업과는 거리가 먼 비핵심 사업인 수처리 부문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본원 경쟁력에 집중하려는 구상이다.
실제 양사는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2023년 베트남 가소제 생산법인 지분 50%를 애경케미칼에 198억원에 매각했고 진단사업부를 PE에 1500억원대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편광판 사업은 2690억원에, 편광판 소재 사업은 8292억원 각각 지난해 매각을 완료했다. 최근엔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과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상반기에는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 보유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해 약 979억원을 확보했으며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 25%를 활용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도 275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내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 지분 40%를 활용해 6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을 청산했다. 이 같은 비핵심 사업 정리 작업으로 롯데케미칼은 현재까지 1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양사는 수처리 사업 매각을 통해 주력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핵심 육성 영역인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리소스 집중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도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및 신성장 사업의 육성과 강화에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성 제고 및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 활동 역시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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