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방시혁 의장이 주도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일본·라틴아메리카에 이어 세계 최대 인구 시장인 인도까지 거점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K팝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제64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하이브가 인도 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방시혁 의장이 주도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일본·라틴아메리카에 이어 세계 최대 인구 시장인 인도까지 거점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K팝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Z세대가 인구 절반에 달하는 '젊은 대륙' 인도는 팬덤 형성과 콘텐츠 확산 측면에서 K팝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달 30일 올해 하반기(7~12월) 중 인도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일본, 라틴아메리카에 이어 인도까지 해외 거점을 확대함으로써 하이브의 글로벌 전략 지형에 또 하나의 핵심 기지가 추가될 전망이다.

이번 인도 진출은 방시혁 의장이 주도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Multi-home, Multi-genre)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방 의장은 "K팝의 사업모델을 다른 장르와 시장에 적용하고 수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 밝혀 왔다. 현지 문화와 음악 시장의 특성에 맞춰 거점을 구축하고 현지 아티스트를 K팝 방식으로 제작·매니지먼트하는 방식을 통해 글로벌 IP(지식재산권)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중화권 외 지역에서 K팝의 글로벌 성공 모델을 구축한 만큼 이번 인도 법인 설립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제2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본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하이브는 이미 북미·일본·라틴 시장 등 '미개척지'에서 현지화 모델을 통한 성공을 검증한 경험이 있어 인도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이브가 인도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14억명이 넘는 압도적인 인구로 분석된다. 인도 전체 인구의 약 47.5%가 25세 이하이며 평균 연령은 29세로 한국(45세), 일본(49세), 미국(38세), 중국(39세)보다 현저히 젊다. 전통적으로 K콘텐츠는 10~20대 팬층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만큼 Z세대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는 팬덤 형성과 성장이 기대되는 '젊은 대륙'으로 평가된다.


시장 규모도 매력적이다. 인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산업 규모는 지난해 약 43조원에서 올해는 4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화를 급속하게 추진하며 5G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 모바일 기반의 영상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유튜브 쇼츠, 릴스, 틱톡 유사 앱 등을 통한 K콘텐츠 소비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북미·동아시아처럼 팬덤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지역과 달리 인도는 아직 엔터사들의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은 미개척지에 가까워 K팝 확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인도는 K팝 입장에서 불모지에 가까운 시장"이라며 "아직 현지에 깊이 뿌리내린 K팝 레이블이 없는 만큼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시장은 기회만큼이나 진입 장벽도 높다. 하나의 국가 안에 10개 이상의 주요 문화권이 공존할 만큼 지역별 문화적 다양성과 언어 차이가 뚜렷하다. 다만 인도 음악이 전통적으로 뮤지컬적 요소와 안무 중심의 퍼포먼스를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K팝과의 문화적 접점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도 대중음악은 시각적 요소가 강하고 군무와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K팝과의 결합 가능성이 크다"며 "영어가 공용어로 통용되는 점도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측면에서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