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이 주력 사업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사진=효성


효성화학이 주력인 PP(폴리프로필렌) 사업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된 영향이다. 하반기에도 업황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효성화학이 재차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효성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BBB+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내려갔다.

등급 하향 배경으로는 효성화학의 부진한 실적이 지목된다. 효성화학은 PP 사업이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스프레드 개선이 지연되면서 장기간 실적 부진에 빠졌다. 2022년 3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3년 2137억원, 2024년 1705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 1분기 역시 597억원의 손실을 냈다.


실적 악화로 효성화학의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301억원으로, 지난해 말 -68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간신히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수준이다. 영업손실과 고금리 부담이 겹치며 재무구조가 빠르게 약화된 결과다.

별도 기준으로는 자본총계가 3808억원을 유지하고 있어 법적 자본잠식 우려는 당장 피했지만, 연결 기준에선 주요 종속회사의 부실이 반영되면서 사실상 모회사의 재무여력만으로 그룹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손실과 완전자본잠식 상황으로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3월엔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당분간 회사채 시장에서 효성화학의 신규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효성화학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을 연이어 단행했다. 2024년 12월 네오켐 사업부를 9216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해 2025년 1월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난 3월에는 온산탱크터미널 사업부를 1500억원에 매각해 4월에 거래를 종결했다. 효성화학은 이들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 보강에 투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화학은 자산 매각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했지만 본업 경쟁력 회복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회사 전체 매출의 50~60%를 차지하는 PP 사업의 정상화다.

PP는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 투자로 PP 공급이 늘어난 반면 세계 경기 둔화와 친환경 소재 전환 추세 등으로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PP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톤당 300달러)을 밑돌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PP 스프레드는 톤당 76달러로 집계됐다.

효성화학이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중국의 저가 PP 물량이 주변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 가격이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원재료 가격 하락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고 고정비 부담이 큰 국내 공장 가동률 역시 빠르게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효성화학이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축소, 비우호적인 수급환경 등으로 단기간 내 수익성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창출력 약화로 재무구조가 저하됐고 유동성 대응 상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