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측이 사생팬에 대한 강력처벌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경기 연천군 연천공설운동장에서 전역 인사를 마친 뒤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하는 정국의 모습. /사진=뉴스1


스토킹 등의 수법으로 유명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자 또는 그러한 이들로 구성된 집단을 의미하는 '사생팬'. 사생팬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연예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주거침입은 다반사에 집착 수준의 스토킹 심지어 폭행 피해를 겪는 경우까지 발생하면서 스타의 심적 고통이 우려된다. 특히 사생팬의 스토킹 범죄는 점점 더 극에 치닫고 있다.

BTS 측 "정국 자택 무단 침입자, 경찰 수사… 적극 협조"

1년6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은 전역 하루 만에 사생팬 소동에 휘말렸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11일 밤 정국 자택 현관 비밀번호를 여러 차례 누르며 침입을 시도한 30대 중국인 여성 A씨를 주거침입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역한 정국을 직접 보러 한국에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국은 전역 당일 가족과 조용히 귀가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최근 방탄소년단 멤버(정국)의 자택에 무단 침입을 시도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당사는 침입자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CC(폐쇄회로)TV 등을 기반으로 증거를 수집해 제출하는 등 합당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멤버들에 대한 스토킹 행위에 대하여는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경찰신고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부수해 접근금지 신청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아티스트의 사생활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어떠한 선처 없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알렸다. 아울러 빅히트뮤직은 악의적인 비방,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 모욕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한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전했다.

운전기사 사주에 숙소 촬영·사생택시까지… 사생피해 '심각'

그룹 엔하이픈 소속사도 도넘은 사생팬 범죄에 칼을 빼들었다. /사진=빌리프랩 제공


같은 날 엔하이픈 소속사 빌리프랩도 숙소 무단 침입 및 불법 촬영 사례에 대한 수사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그룹 엔하이픈의 소속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달 기사나 운전기사 등을 사주해 아티스트의 숙소에 침입해 멤버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등 심각한 불법 스토킹 행위가 벌어졌다. 또 불법 구매 정보로 항공편에 동승하고 사적 공간에서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불법 촬영 등 사생활 침해와 스토킹 행위가 빈번했다.

이에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숙소에 침입해 멤버들의 모습을 불법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피의자들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현재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엔하이픈 멤버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해 거래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해 팬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모든 위반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수 김재중은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뒤 계속되는 사생팬의 집착에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김재중은 오래전부터 자신을 비롯한 아이돌을 괴롭혀 왔던 '사생 택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생 택시는 연예인의 일상을 쫓아다니는 극성팬들이 대절해 타고 다니는 택시를 뜻한다. 김재중은 지난해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짓밟는 괴롭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며 "사생 택시를 타는 사람보다 사생 택시 운영사가 더 악질"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하지마'라는 곡에서 "내 몸 어딘가에 내 차 밑에 GPS,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너는 어찌 알고 있는데 무서워서 어떡해"라는 가사를 통해 피해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팬심이라는 이유로 뒤에 숨은 '사생팬' 처벌은?

극성 팬 정도로 여겨졌던 '사생'의 행태는 이제 '사생범'이라 불릴 만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자료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스토킹 범죄는 첨단 기술과 결합해 더욱 치밀해지는 양상이다. 팬이라는 이유로 선을 넘는 행위가 반복되자 법원도 더는 이를 가볍게 보지 않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박민희 로엘 법무법인 변호사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공유돼야 한다는 잘못된 심리가 위험한 범죄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연예인 항공편 정보 30만원'과 같은 불법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 태현은 비행기 좌석의 기내식이 임의로 변경된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누군가 항공 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해 정보를 바꾼 것이다. 박민희 변호사는 "소속사나 항공사 관계자를 사칭해 정보를 빼내거나,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범죄 조직까지 적발된 바 있다"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에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그나마 좀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춰 독자적으로 기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2023년 스토킹 처벌법 개정을 통해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됐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진술 의존도가 높아 이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재범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 번 스토킹 전력이 있는 사람은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찰 단계에서부터 누적 기록을 명확히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스토킹 행위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다. 계속 문자 보내는 것, 선물 보내는 것이 단순한 팬심인지 범죄인지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법령상 구체적인 예시와 기준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