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사채 발행 중단' 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는 어떻게
자금 조달 방안 차질 예상… "가처분 결과 지켜볼 것"
이한듬 기자
공유하기
![]() |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애경산업 인수전에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보유 자사주 기초 EB 발행 관련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EB 발행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먼저 지켜본다는 것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논란을 일으켰다. 주요 사항 중 하나인 발행 대상자에 대한 명확한 공시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상법 시행령 제 22조는 주주외의 자에게 EB를 발행할 때 이사회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히 결정해야하나 태광산업은 이를 공개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명령을 받았다. 이후 태광산업은 재차 이사회를 열고 거래 상대방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확정해 재차 EB 발행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발행한 EB는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EB 발행이 새정부의 상법개정안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자사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주주 우호 세력에게 교환사채를 넘길 경우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활용할수 있다.
결국 트러스톤은 이번 EB 발행을 문제삼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결국 태광산업은 후속 절차를 잠시 멈추기로 했다.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 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향후 의사 결정에 이를 반영할 방침"이라며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계기를 통해 석유화학 업종의 업황과 태광산업의 사업 현황과 계획, 자금조달 필요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우려와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했다.
EB 발행 절차가 중단되면서 태광의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도 꼬이게됐다.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올해와 내년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설정한 상황이다. 투자계획이 예정대로 실행되면 올해에만 연말까지 1조원 가량을 집행하게 된다.
애경산업 인수 추진 역시 신규투자의 일환이다. 태광그룹 산하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공동 운영사 체제로 지난달 19일 애경산업 인수 의향서를 제출해 본입찰 대상자에 선정됐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부문에서 탄탄한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는 업체로 태광산업의 투자 로드맵과 맞아 떨어지는 매물이다. 인수 성공 시 태광은 단숨에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선 법원이 이번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애경산업 인수대금은 6000억~7000억원 수준이다. 5월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신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번 EB 발행은 이 같은 자금사정을 고려해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수단이었지만 법원이 가처분 소송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예단할 수 없을 만큼 애경산업 인수를 비롯한 향후 투자에 변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EB 발행 외에 추가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 있냐는 잘문에 "일단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한듬 기자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