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이영우가 근황을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일 대전 서구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영우의 모습. /사진=최진원 기자


"야구를 재밌게 하는 것도 재능인 것 같다. 재미를 느끼면 노력도 당연하게 따라오니까 후배들이 그걸 꼭 알았으면 좋겠다."


1999년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이영우는 후배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쏟아냈다. '스마일 검객'이란 별명답게 그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영우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끈 강타자다. 벌써 현역 은퇴를 선언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한화에 진심이다. 최근 팀의 상승세에 대해 말할 때면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26년 전 그해의 기억… 이영우가 풀어주는 우승 이야기

이영우가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우승 당시 일화를 공개했다. 사진은 1999년 한화 이글스의 우승 당시 선수들의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캡처


이영우는 1999년 우승까지의 비화를 공개했다. 한화 최고의 외국인 타자 댄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의 이야기, 사령탑이던 이희수 전 감독과의 일화, 부상을 참고 뛰었던 한국시리즈에 얽힌 사연에 대해 풀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 두 선수가 왔는데 로마이어는 완전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었다. 야구선수 몸이 아니었다"며 "전지훈련 갔는데 3일 동안 방망이도 안 쳤다. 코치들 난리 나고 그랬는데 막상 치면 10개 중 8개는 넘겼다"고 웃었다. 데이비스에 대해선 "전지훈련부터 잘 쳤다. 타격 자세가 좀 특이해서 코치님들이 시즌 가면 안 먹힐 거라고 걱정했다"며 "내가 봤을 땐 어떻게 저렇게 치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쳤고 시즌 시작하니 더 잘했다. 용병은 정말 잘 뽑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로마이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마이어는 경기에서 지면 지금 (코디) 폰세처럼 기죽지 말고 화이팅 하자고 선수들 집합도 시켰다. 선배들 눈엔 좀 안 좋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좋게 봤다"며 "로마이어에게 많이 배웠다. 경기만 들어가면 모든 순간 전력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이희수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복한 사건도 언급했다. 이영우는 "그때 구대성 선배가 던진 공을 심판이 안 잡아주니까 감독님이 완전 뚜껑이 열렸다. 우리가 성적도 안 좋아서 감독님께서 좀 예민하셨다"며 "감독님이 공을 가지고 심판 머리를 찍어서 한 달 정도 징계로 빠졌다. 유승안 코치님이 대행으로 계셨는데 선수들이 그때 좀 똘똘 뭉치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이영우가 한국시리즈 당시 부진이 어깨 통증 때문이었음을 밝혔다. 사진은 1999년 우승 당시 받았던 우승 반지를 들고 있는 이영우의 모습. /사진=최진원 기자


이영우는 1999년 팀의 가을 야구와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선 부진했다. 현역 시절 내내 그를 괴롭혔던 왼쪽 어깨 부상이 원인이었다.

이영우는 "한국시리즈 때 못해서 좀 씁쓸하다. 기록만 놓고 보면 쪽팔리기도 하다"며 "원래 한국시리즈를 나갈 수 없었다.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때 팔이 안 올라가고 난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레이오프를 마친 후 급히 서울의 한 병원을 찾았다. 신경을 죽이는 치료받고 팀에 합류한 이영우는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결국 이영우는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 대신 어깨를 잃었다. 두 번의 어깨 수술로 총 7개의 철심을 박은 그는 현역 시절 내내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무리한 출전을 후회하진 않는지 물음엔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때 경기 대신 재활하고 관리했다면 더 오래 잘 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도 우승이 너무 하고 싶었다"며 "선수 생활을 길게 하느냐, 임팩트 있게 하느냐의 기로였는데 우승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리고 나름 잘하진 못했지만 오래는 했다"고 말했다.

가장 애착 가는 제자는 '하주석'… 이영우가 뽑은 가장 위협적인 팀

한화 이글스의 코치로 활동한 이영우가 가장 애착이 가는 제자로 하주석을 꼽았다. 사진은 한화에서 활약 중인 하주석. /사진=뉴스1


코치 시절 가장 애착이 가는 후배로는 하주석을 꼽았다. 이영우는 "주석이가 입단했을 때 내가 서산(2군) 입소자 코치였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고 잘됐으면 좋겠다"며 "1차 지명도 받고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정말 열심히 하고 더 잘 될 수 있는 선수였는데 선배들이 좀 더 끌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회상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선수 생활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 주석이도 십자인대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젠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하주석이) 1군에서 시작을 못 해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정말 팀에 필요하고 쓸모있는 선수가 된 것 같아서 기쁘다"며 "구단 내부에서도 1차 지명을 누굴 하느냐로 박민우(NC다이노스)랑 고민을 많이 했던 걸로 안다. 그해 민우는 (1군에서) 시합을 뛰었으니까 비교도 많이 됐고 그게 부담이 더 컸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영우는 2022년 대전제일고 감독을 끝으로 개인 레슨장만 운영 중이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감독을 사임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저를 싫어하시는 학부모께서 반복적으로 민원을 넣었다"며 "원래 재계약 예정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조용히 떠났다. 학교랑 문제없이 잘 끝났고 어디에 이야기하기도 애매해서 조용히 있었다"고 해명했다.

26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향해 진심 어린 응원도 남겼다. 이영우는 "한화가 올해 정말 완벽한 우승 찬스다. 경쟁팀 선수들의 부상이 많은데 우리는 그래도 전력을 유지 중이다"라며 "우리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까지 완벽해서 투수력이 좋다. 우리 우승할 때는 투타가 다 좋았으니 타격만 조금 더 올라온다면 정말 우승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격 부진의 원인을 묻자 "타자들은 원래 업다운이 있는 거니까 잘할 것 같다"며 "야수들이 아직 젊어서 야구를 모른다. 그게 좀 아쉽고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단기전에 가면 한화가 더 강해질 것을 예상했다. 그는 "단기전에 들어가면 폰세, 와이스, 류현진에 문동주만 더해서 선발을 운용할 것이다"며 "김서현도 있고 불펜도 강해서 단기전에 가면 1점 내기도 쉽지 않은 강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 이글스의 코치로 활동한 이영우가 올시즌 팀의 우승을 응원했다. 사진은 한화의 코치로 활동하던 이영우(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스1


가장 위협적인 팀을 묻자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그리고 다크호스로 롯데 자이언츠를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KIA가 가장 무서운 것 같다. 주전의 절반이 없는데 5강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돌아오는 후반기엔 반드시 치고 올라올 것이라 정말 무섭다"고 예측했다. LG에 대해선 "조직력이 특히나 좋은 팀이다. 단기전에선 조직력 강한 팀이 정말 무섭다"고 분석했다.

롯데에 대해선 "이 정도 순위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순위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대단하고 어떻게 보면 투혼이라고 생각한다"며 "김태형 감독님이 대단한 것 같다. 롯데는 다크호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영우는 최근 유튜브 활동을 시작해 옛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최근엔 '이영우의 라이브TV'라고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편집, 촬영, 캐스터, 아나운서 전부 이영우다. 지금도 유튜브는 잘 모르는데 팬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한 팬분이 이메일을 주셨다. '한화에서 젊음을 다 바친 분인데 입중계를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아직 저를 기억해주셔 솔직히 감동이었다. 제가 아무래도 선수랑 코치 경험이 있으니 좀 더 전문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어 팬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