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 주택 지역에 대한 외국인의 부동산 매수가 늘면서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들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매수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며 내국인 역차별 논란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실거주 심사'와 '취득세 강화' 등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 9만8581명의 보유 주택 수는 10만216가구로 집계됐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2주택 이상 보유한 외국인 다주택자 수도 1년 만에 10% 넘게 늘었다.

외국인의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상가) 매입은 2023년 1만2000건에서 지난해에 1만3600건으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6569건이 거래됐다. 국적별로 중국인(66.7%)이 가장 많고 지역은 서울(47.8%)에 절반 가까이 몰렸다.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 규제지역 추가 주담대 금지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로 축소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이내 제한 등을 시행했다. 지난 1일부터 수도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산금리 1.5%)도 적용했다.

다만 이 같은 대출 규제가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고 가족 관계나 다주택 여부도 파악하기가 어려워 중과세 등 세금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에 정치권은 관련 입법의 속도를 내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간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제한·금지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일정 조건에 따라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의 주진우 의원은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기 전 국내 1년 이상 체류, 6개월 내 전입, 자기자본 50% 이상 투입 증빙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 "실거주 심사·사후관리 필요"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급매 매물 광고. /사진=뉴시스


글로벌 주요국 사례를 봐도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는 문제가 돼 왔다. 각국 정부들도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할 경우 60%의 추가 취득세를 부과한다.

뉴질랜드는 2018년부터 영주권자 외 외국인의 주택 매수을 원천 금지했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금지하고 이를 2027년까지 연장한 상태다. 영국은 비거주 외국인에게 최대 17%의 추가 세금을 물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부동산 규제의 방향을 '전면 금지'보다 실거주 여부 확인과 사후 추적 관리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수석위원은 "무작정 외국인 매수를 막기보다 실제 거주 여부에 대한 심사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취득한 후에 지속 모니터링을 해 투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목적 외 투기 규제를 위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의 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고 외국인이 주요 지역의 집을 사는 것은 실수요자 입장에서 부담"이라며 "국가간 상호주의를 고려해도 과도한 진입 장벽은 지양하되 추가 취득세 부과 등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