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KT, 추가공사비 '300억원' 협상 고비
쌍용건설·한신공영 이어 롯데·현대 추가공사비 청구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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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통신사 KT가 발주 공사에서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공사비 협상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시공을 완료한 리모델링 공사비의 분쟁이 가시화될 조짐이 보인다. 쌍용건설·한신공영·GS건설 등 앞선 공사비 조정 사례에서 협상이 결렬돼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서 건설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가 현대건설에 리모델링 공사를 의뢰한 KT광화문빌딩 웨스트가 지난 4월 말 준공됨에 따라 공사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오는 9월에는 KT 임직원의 입주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KT에 추가 공사비 청구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준공일은 당초 올 3월에서 설계변경 등 사유로 한 달가량 늦춰졌고 3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도급액은 1800억원 규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설계변경 사유 등을 확인하고 추가 공사비에 최종 반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도 청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T 측은 물가변동 배제특약 등 기존 계약상 조건에 따라 설계변경 외 공사비 상승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KT 강북지역본부 부지를 재개발한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현 광진구청 신사옥·롯데캐슬 이스트폴) 시공사인 롯데건설도 KT 측과 공사비 인상을 협상했지만 지난 1월 준공 이후 현재까지 협의를 끝내지 못했다.
KT는 롯데건설로부터 1000억원대 공사비 증액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KT와 협의 중인 사안으로 금액은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 시 소송 예상… 쌍용건설 판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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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사례에서 추가 공사비가 일부 인정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GS건설은 KT 신사지사 공사에서 설계변경 사유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법원은 추가 공사비 98억원 중 77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판시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설계변경 사유에 의한 판결로서 물가상승분과 별개의 사건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KT는 이외에도 판교사옥 시공사 쌍용건설과 총 공사비 967억원 외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놓고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T 출자회사 KT에스테이트도 부산 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 한신공영이 요구한 14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두 시공사는 공사대금 청구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현재 감정평가 절차에 착수해 공사비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변경에 대한 추가 공사비가 인정된 GS건설 판례와는 달리 물가변동 배제특약 효력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발발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천재지변 사태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게 시공사들 입장"이라며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발주사가 시공사를 상대로 갑의 지위를 이용한 독소 조항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이고 공사비 상승 부담을 시공사와 발주사가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KT 측은 계약상 공사비 상승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고 판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T 공사 업무를 수행하는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경우 공식으로 추가 공사비 청구가 이뤄지진 않았다"면서 "설계변경 부분에선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 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답변했다. 업계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도 공사비 협상 결렬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한신공영과 마찬가지로 소송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라며 "쌍용건설이 가장 먼저 재판을 진행한 만큼 판결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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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